‘눈속임 주유기’로 수억원 부당 이득… 업자들 ‘등쳐먹기’ 혈안
입력 2012-08-24 18:50
주유기에 표시된 정량보다 적게 기름을 넣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서울 등 수도권 주유소에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4일 주유 시 정량보다 4∼8%가량 적게 들어가는 주유량 변조 프로그램을 개발해 수도권 일대 주유소에 유통시킨 혐의(사기)로 개발비를 지원한 채모(44)씨를 구속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한 전기회로 전문가 신모(42)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 프로그램을 주유기에 설치해 부당이득을 챙긴 주유소 대표 이모(42)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프로그램 판매업자 김모(38)씨 등 2명을 쫓고 있다.
채씨와 신씨는 지난해 9월 경기도 일산 사무실에서 주유기에 표시된 정량보다 적게 주유되는 변조 프로그램을 만든 뒤 이 프로그램이 이식된 주유기 메인보드 100개를 개당 100만원을 받고 김씨에게 넘겼다. 김씨는 이를 수도권 일대 주유소에 개당 200만∼300만원을 받고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붙잡힌 주유소 대표들은 이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지난 7개월 동안 약 2억6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신씨는 단속기준인 20ℓ 주유 시점까지는 정상적으로 주유되도록 하고 전원을 차단하면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등 단속에도 치밀하게 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표준원, 한국석유관리원 등 관련 기관과 함께 조작 프로그램 유통경로를 추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