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공시 남발… 신뢰 잃은 코스닥

입력 2012-08-24 18:41


코스닥 상장사들의 호재성 자율공시가 크게 늘고 있지만 ‘주가 띄우기’를 위한 무리한 공시가 적지 않다. 자화자찬 식 공시 이후 뒤늦게 슬그머니 공시 내용을 고치는 정정공시 횟수도 급증하고 있다. 잦은 불공정거래로 ‘2부 리그’의 낙인이 찍힌 코스닥시장이 신뢰 회복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23일까지 코스닥 상장사들이 발표한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자율공시는 525건, 특허권취득 자율공시는 565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415건, 424건이 공시된 것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251건(29.91%)이 증가했다.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과 특허권취득 자율공시는 해당 기업의 매출액 증가, 경쟁력 강화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호재성 공시다.

이렇듯 상장사들이 호재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주식시장 안팎에서는 공시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수주금액 축소, 공급계약 파기 등 호재를 뒤집는 정정공시가 같은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23일까지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과 특허권취득 자율공시를 정정한 횟수는 지난해 101건에서 올해 204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급증한 호재성 공시에도 불구하고 코스닥지수는 500포인트를 돌파했던 연초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 1996년 7월 1000포인트로 시작한 코스닥지수는 최근 10년째 500포인트를 오르내리며 사실상 ‘반 토막’이 나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2002년 IT·벤처 버블이 꺼진 뒤 코스닥시장은 힘을 잃었다”며 “끊임없는 정정공시와 불공정거래 등의 잡음도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이첩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112건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해당 사건은 28건에 그친 반면 코스닥시장은 81건이 몰려 있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모든 유형의 불공정거래가 2008년부터 계속 증가세다. 최근에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 직원이 미공개 공시정보를 유출하는 초유의 사건까지 일어났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의 발전을 위해 신규상장 심사, 부실기업 퇴출 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올해 말에는 중소기업시장인 ‘코넥스(KONEX)’를 신설하기 때문에 코스닥시장의 차별화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시장을 첨단 기술주 위주로 재편,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