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전쟁]日 중의원, 자극적 표현 써가며 59년 만에 '독도 결의'

입력 2012-08-25 01:08

일본이 한국 정부를 향한 공세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통상적인 외교전에서 오가는 수식어가 아니라, 우호국 간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비난이 계속되는 형국이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24일 ‘독도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도 ‘불법 상륙’으로 규정했다. 이 용어들은 일본 고위 각료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던 문구다. 일본 총리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은 자민당 정권 시절인 1981년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총리의 발언 이후 30여년 만이다. 최근에는 국회는 물론 외무상, 행정 수반인 총리까지 나서서 격한 표현을 경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노다 총리는 오후 늦게 관저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주권 침해’ 운운하며 한국을 겨냥했다. 그는 특히 “내가 선두에 서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등 영토, 영해를 지키고 우리 주장을 국내외에 알리겠다”면서 “여야 경계를 넘어서 ‘올 재팬(All Japan)’으로 주장할 것은 주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자신이 앞장서서 국제사회를 상대로 독도 영유권에 대한 홍보 총력전을 펴겠다는 의미다.

노다 총리는 한국 정부와 국민에겐 냉정을 촉구했지만 본인은 하루 종일 도발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근거 문헌이 애매하고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일본 중의원(하원)이 채택한 독도 결의안도 자극적인 표현이 가득하다. 독도 결의안 채택은 한국이 연안수역 보호를 위해 52년에 선언한 해양주권선(일명 이승만 라인) 설정에 항의해 일본 국회가 53년 결의한 이후 처음이다.

일본 정권 수뇌부의 수위를 넘는 발언은 최악의 양국관계를 감수하더라도 먼저 물러설 수는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특히 연일 ‘불퇴전(不退轉)의 결의’로 맞서겠다는 노다 총리 발언은 역설적으로 현 정권이 얼마나 절박한 상황에 처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소식이 노다 총리에게 전해진 건 지난 9일 저녁이었다. 같은 시간 일본 국회에선 노다 총리 불신임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진 상황이었다. 자민당을 설득해 겨우 부결시켰지만, 노다 내각은 보수 세력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현 정권은 난국에 빠진 국내 정치적 상황을 독도로 반전시킬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가속도가 붙은 양국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중국 신화통신은 한·일 관계는 이미 ‘빙하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고, 교도통신은 한국 정부의 대일 외교전략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혁상 구성찬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