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전쟁] 한·일 외교전쟁은 7월 17일 시작
입력 2012-08-24 18:34
독도를 둘러싼 한·일 외교전쟁의 서막은 지난달 제헌절 이명박 대통령이 신각수 주일 대사를 비밀리에 청와대로 부르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신 대사,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오찬을 하며 지난해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얘기부터 꺼냈다고 한다.
당시 일본 교토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노다 총리는 ‘일본군 위안부 설전’을 벌였다. 어렵게 성사된 이 대통령의 방일이어서 노다 총리는 정상회담 전날 환영만찬까지 열며 지극정성을 쏟았다. 만찬에는 한국 막걸리와 맥주를 섞어 만든 일명 ‘MB주(酒)’까지 내놓았고 일본 방문에 감사한다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관심은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집중돼 있었다. 이미 양국 외교라인이 일본의 단계적 사과와 수위까지 다 조절한 터라 ‘안심’하고, 과거사를 바라보는 일본 시각의 문제점 등을 부드럽게 거론했다. 그런데 다음 날 정상회담에서 노다 총리의 태도가 돌변했다. 몇 개월에 걸쳐 양국 외교라인이 조율한 해결 방안을 팽개치다시피 했고, 이 대통령은 언성을 높여 성토했다.
‘제헌절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천 수석과 신 대사에게 “지난번 정상회담 이후 일본이 전혀 움직임이 없다. 이번 광복절 전에는 (위안부 문제를) 매듭지어야 하지 않겠나. 배상보다 사과가 중요하니 그런 방향으로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대안을 다시 한번 제시해서 결론을 지어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신 대사는 2∼3주 동안 일본 내각 총괄부서인 관방성과 외무성 고위 관계자들을 잇달아 접촉했다. 일본 측은 “지금 과거사 문제를 다룰 아무런 정치적 역량이 없다. 총리도 별 관심이 없다”며 이 대통령 제안을 끝내 거부했다.
지난달 말 일본의 최종 거부 의사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이대로 끌고 갈 수는 없다”며 독도행(行)을 은밀하게 추진했다고 한다. 독도는 우리 땅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기보다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라고 일본에 보내는 강한 ‘경고 메시지’로 독도 방문 카드를 뽑아든 것이다.
노다 정부의 외교라인은 일본 내부에서조차 ‘아마추어’라는 혹평을 받는다. 노다 총리를 직접 겨냥해 ‘홍콩에도 안 가본 국내용 정치인’이라거나 ‘좋게 말하면 뚝심이 있고, 나쁘게 말하면 촌스럽다’는 말까지 돌 정도다. 외교소식통은 “현재 일본의 대외관계를 살펴보면 노다 정부가 외교에 얼마나 문외한인지 알 수 있다. 한·일은 말할 것도 없고 미·일, 중·일도 다 뒤틀려 있다”고 평가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