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전쟁] “日이 멈추지 않는 한 끝 안보인다”

입력 2012-08-24 21:35

“끝이 보이지 않는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의 서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일본은 24일 노다 총리가 전면에 나서며 다시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일본은 재무성의 한국 국채 매입 유보라는 경제 보복 카드, 중의원(하원)의 독도 관련 결의안 채택, 노다 총리의 기자회견 등 3갈래로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특히 노다 총리 기자회견에 대해 정부는 “(일본 정부가) 금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국가 정상이 서한을 반송받자마자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한 것은 사실상의 전면전 선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일단 예정된 시나리오상의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본 외무상 발언에 대한 항의 구상서(외교공한)를 이날 전달했고, 노다 총리 ‘망언’에 대해서도 기자회견이 끝난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강력 항의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노다 정권이 독도 문제를 국내 정치용으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청와대가 직접 나서기보다 외교부 차원에서 대응할 방침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이 멈추지 않는 한 (한·일 외교 갈등은) 끝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노다 총리가 국내 정치용으로 이를 계속 이용하고 있어 우리도 맞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0일이면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배상 문제의 해결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진 지 꼭 1년이 된다. 이를 계기로 독도에 더해 위안부 문제가 양국 현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표면적으로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이 비공개로 일본 정부에 보냈던 ‘최후통첩’에서 보듯 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다.

헌법재판소는 한·일 청구권 협정 3조 2·3항에 의거해 이 협정의 해석 및 이행에 관한 양국 간 분쟁을 중재로 해결토록 권유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정부가 일본에 중재 요청을 할 것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본에 중재를 요구할 경우 일본이 당연히 거부할 것이고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실익 없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독도 문제가 계속되고, 30일 전후를 기점으로 위안부 문제마저 불거지면 한·일 외교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기전으로 접어들 공산이 높다. 외교 소식통은 “누가 먼저 한발 물러서야 끝나는 전쟁”이라며 “한·일 양국의 정권교체 전인 올해 말까지는 현 긴장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