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병역 특례] 스포츠 스타들 제2인생은 화려·초라 ‘극과 극’
입력 2012-08-24 18:22
‘극과 극’이다. 대한민국에서 운동을 했던 간판급 선수들의 은퇴 후 삶은 굴곡이 많다. 다른 직종보다 양극화가 더 심한 편이다. 현역시절 화려했던 ‘스펙’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잘 개척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사회 적응에 실패한 이들도 적지 않다.
◇업종을 바꾸고도 승승장구하는 스타들=화려한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제2의 인생을 화려하게 꽃피운 스타들은 많다.
만능 MC이자 개그맨인 강호동(42)씨가 대표적 성공 모델이다. 천하장사 5번, 백두장사 7번을 거머쥐며 프로씨름판을 호령했던 강씨다. 그는 1992년 5월 은퇴한 뒤 연예계에 본격 입문해 승승장구하면서 ‘국민MC’ 반열에 올라섰다. 세금 탈루 의혹이 불거지며 1년간 공백기를 가졌지만 조만간 컴백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190㎝의 장신으로 1970년대 한국축구를 주름잡았던 김재한(65)씨도 성공한 사례다. 국가대표 은퇴 이후 금융인으로 변모했다. 그는 주택은행에서 지점장과 본부장을 거쳤고, 2002년 주택은행이 국민은행과 통합한 후에는 서울 강동지역본부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2004년 KB신용정보 부사장을 거쳐 은퇴했다. 김씨는 2005년 민간중소기업인 사카스포츠 부사장으로 영입돼 2007년 사장직까지 올랐다.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했던 그는 현재 축구계로 돌아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남자사격 소구경소총 복사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사격의 전설’ 이은철(45)씨는 연 매출 100억원을 바라보는 IT사업가로 변신,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출신의 배대웅(59)씨는 갈비집을, 해태 타이거즈 출신의 최해식(43)씨는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스타들=사업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범죄에 연루되는 등 과거 자신의 명성에 먹칠을 한 이들도 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의 핵심 인물로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전 국가대표 김동현(28)씨와 전 프로야구 윤찬수(26)씨는 범죄자로 전락했다. 지난 5월 서울 청담동에서 심야에 귀가하는 부녀자를 납치해 달아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군대 선·후임병 사이로 불명예 현역 은퇴 후 사업 실패 등으로 빚진 은행 이자를 갚으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모래판의 신사’로 큰 인기를 끈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 L씨(55)도 농촌 노인들을 상대로 건강식품을 10배가량 비싸게 속여 판 사기범죄에 연루돼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 회장을 지낸 전 해태 타이거즈의 거포 L씨는 2008년 3월 이른바 ‘네 모녀 살인사건’ 용의자로 경찰의 추적을 받다가 한강에 투신해 삶을 비극적으로 마무리했다. 최근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연루돼 불명예 은퇴한 후 젊은 나이에 자살한 비운의 스타들도 있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