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치료비] 비급여 줄이고 자기부담 차등화 급선무
입력 2012-08-24 18:14
전문가 제언
한국은 ‘건강보험 100% 가입률’을 자랑한다. 누구든 병에 걸리면 국가가 제공하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적보험 100% 가입’이라는 놀라운 수치는 실질적 보장률 58%(2010년 기준)에 이르면 빛이 바랜다. 치료비의 42%를 본인이 내야 한다는 얘기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22일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률이라는 해묵은 난제의 해법으로 ‘비급여항목 축소와 자기부담금 차등화’를 주장했다. 의료비는 건강보험 재정으로 부담하는 ‘급여’와 환자가 100% 부담하는 ‘비급여’로 나뉜다. 예를 들어 충치치료는 환자가 일정액(본인부담금)만 지불하면 보험이 나머지를 해결하는 급여항목, 임플란트는 환자가 전부 내는 비급여항목이다.
비급여항목이 지나치게 많은 건 명백한데 그렇다고 급여항목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보험재정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정 교수식 해법이다. 되도록 많은 의료 서비스를 보험이 보장하되, 자기부담금을 10∼90%까지 다양한 비율로 차등화해 보험재정의 타격을 줄이자는 것이다.
정 교수는 “대표적인 비급여항목인 간병 서비스의 경우 현재는 환자가 직접 간병인을 고용하는 구조다. 경제적 부담도 클 뿐만 아니라 가격과 질이 공적으로 통제되지 않아 중구난방”이라며 “이를 급여항목으로 끌어들이되 자기부담금을 90%로 높게 책정하면 보험재정의 압박은 최소화하고 환자에게는 과거보다 낮은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해 간병비 규모는 연간 1조5000억원. 이 중 90%를 본인부담금으로 환자가 내고 10%만 보험재정이 부담한다고 했을 때 추가 재원은 1500억원 안팎이면 충분하다. 선택진료비 1조5000억원, 검사비 8000억원 등 보험 밖의 의료비를 급여로 포괄하기 위해 드는 총 비용도 연간 1조5000억원 정도면 된다는 게 정 교수의 추산이다. 현재 보험재정 33조8000억원의 4%. 그는 “소득이 늘면서 생기는 보험금의 자연 증가분을 고려하면 현재 보험료(현재 근로소득의 5.8%)를 조금만 올려도 1조5000억원은 충분히 마련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보험료를 7%까지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비급여 의료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파악이 시급하다. 정 교수는 “비급여로 머리 부위를 MRI(자기공명영상) 촬영할 경우 의료행위명과 정의, 코드를 표준화해 신고하도록 하면 병원별로 비급여 의료행위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 병원별 가격차는 얼마인지 알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대형병원의 비급여 의료행위를 파악하고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