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교회 오빠, 어디로 갔지?… 젊은 성도, 왜 큰 교회로 몰리나

입력 2012-08-24 20:27


6년여 동안 경기도 수원의 작은 교회를 다니던 직장인 구모(30·여)씨는 지난 봄 청년들이 많기로 유명한 서울의 큰 교회로 옮겼다.

결혼 생각이 간절한 그는 신앙이 같은 배우자를 찾기 위해서는 젊은 성도들이 많이 출석하는 교회를 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했다. 구씨는 “청년부 수가 적은 교회에선 아무래도 괜찮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며 “옛 교회 목사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늦기 전에 신앙을 가진 배우자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교회 옮긴 말 못할 사연은 ‘짝’

신앙을 가진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해 지역 교회의 청년 공동체를 떠나 다른 교회를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물론 청년들의 교회 이동이 배우자 때문만은 아니지만 결혼이 현실적 문제로 닥친 이들에겐 많은 이성들을 만날 수 있는 대형 교회가 ‘오작교’ 구실을 하는 셈이다. 한 대형 교회는 홈페이지에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어 취업, 경제, 경영, 트렌드 등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며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실제 대형 교회의 청년부 인원은 증가 추세다. 서울 강남의 A교회 청년부에는 연간 2000여명이 새신자 과정을 수료한다. 여의도의 B교회는 30대 미혼 남녀가 매년 250명씩 새로 등록한다. 서울 용산의 C교회와 D교회도 마찬가지다. 해당 교회 목회자들은 “새신자가 모두 정착하는 건 아니지만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며 “교회를 옮긴 이유로 ‘체계적인 신앙훈련’을 꼽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다. 그러나 내심 ‘짝’을 바라고 오는 사람도 꽤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많던 ‘교회 오빠’는 어디로 갔을까

최근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청년 성도들의 성비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점이다. 서울시내 대형 교회 5곳을 보면 청년부 구성원 성비가 대략 7대 3 정도로 여성이 훨씬 많다. 이른바 자상하고 따뜻한 남자의 상징으로 언급되는 ‘교회 오빠’ 찾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미혼 여성들이 교회 내에서 신앙이 좋은 남성을 만나기가 더욱 힘들다.

명문대 출신으로 공공기관 연구원인 정모(32·여)씨는 ‘교회 내 성비 불균형’에 관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와 활달하다는 소리를 듣는 그는 “출석하는 교회에서 결혼 상대자를 찾을 수 없어 지인을 통해 신앙이 좋은 남자를 소개받으려 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의 객관적 조건에다 신앙까지 갖춘 남성을 찾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교회 청년부 한 목회자는 “교회에서 30대 미혼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에서 남성을 앞서는 미혼 여성 성도가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앙을 가진 이성 찾기에서 한발 물러난 경우도 있다.

아버지가 목회자인 서모(29·여)씨는 결혼 상대자 선택 조건에서 ‘종교’의 비중을 낮추기로 했다. 서씨는 “기독교를 믿는 배우자를 만나기가 너무 어려워 고민하던 차에 주위에서 부모는 교회에 다니지만 본인은 종교가 없는 남자를 소개받았다”며 “설혹 교회에 다니지 않더라도 내 신앙을 이해한다면 만나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형제자매처럼 지내 이성 발전 어려워

‘교회 오빠’도 마냥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 공동체에서도 일부 사람에게만 사랑고백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존재한다. 교회 젊은이들에게 신앙심은 배우자 조건의 1순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나 현실적인 조건을 배제할 순 없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많은 대형 교회 미혼 남자 성도도 예외가 아니다.

직장인 문모(31)씨는 최근 다니던 대형 교회를 떠났다. 관심이 있던 몇몇 교회 여성 성도들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거절당한 뒤 자신을 둘러싼 이런저런 소문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씨는 “외모나 학벌, 직장이 평범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적극적으로 나섰더니 마치 신앙이 부족한 것처럼 비쳐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남녀간 너무 친밀한 관계도 걸림돌이다. 직장인 김모(27)씨는 “교회에서 형제자매로 불리며 2∼3년 지나면 가족같이 친해지는데 여기서 이성으로 발전하긴 어렵다”며 “양보다 질이다. 확실히 교회에 여자가 많지만 남자도 배우자 찾긴 어렵다”고 했다.

그래도 내 짝은 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남녀가 결혼해 하나되는 일을 좋게 본다고 기록한다(창 2:18). 하지만 취업난, 높은 결혼·육아비용 등으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 세대’란 말이 나오는 사회구조에서 젊은이들은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고 있다. 여기에 교회를 다니는 청년들은 신앙 문제까지 겹쳐 배우자를 구하는 데 이중고를 겪는다.

일부 청년담당 목회자들은 신앙이 돈독한 배우자감을 찾기 어려우면 만나서 함께 신앙을 키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조언했다. 한 대형 교회 목회자는 “결혼 이후 살아갈 날이 더 많으므로 신앙의 싹이 있다면 지금 믿지 않더라도 만나라고 권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나중에라도 신앙적 갈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정환경 등 여러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만남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청년부 이진욱 목사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청년들의 가장 큰 문제는 결혼에 대한 의욕이 적다는 것“이라며 “조건이 행복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