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칼럼] 선교적 교회를 넘어 종말론적 교회로

입력 2012-08-24 17:39


지난 20여년간 서구 기독교계에서는 선교적 교회운동 즉 ‘Missional Church’ 운동이 일어나 잠들었던 서구 교회를 깨우는 데 큰 역할을 감당했다. 이 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 중에는 영국 성공회 출신으로 인도 선교사를 역임한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 1909∼1998), 프린스턴 신학교의 학장을 역임한 선교신학자 대럴 구더(Darrell Guder),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화란개혁교회 선교사 데이비드 보쉬(David Bosch, 1929∼1992) 등이 있다.

선교적 교회운동이란 선교를 교회가 행하는 여러 가지 사역들 중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적 본질로 인식하는 운동이다. 그리고 선교적 교회운동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존재적 본질에 대한 재인식을 바탕으로 교회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운동이다. 아버지는 아들을 세상에 보내시며, 아버지와 아들은 성령을 세상과 교회에 보내시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은 교회를 세상에 보내신다는 성경신학적 착상에 기초해서 교회의 존재적 본질이 곧 선교라고 정의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이 땅에 보냄을 받은 공동체란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이 선교요, 교회의 존재 목적이 선교라는 사실을 회복한 운동이 선교적 교회운동이다.

선교적 교회론에 따르면 교회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서 교회의 수적 성장을 꾀하는 개교회 성장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도리어 복음을 듣고 모인 사람들을 훈련시켜 선교적 공동체를 만들고, 훈련된 제자들을 세상으로 내보내어 선교적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는 것이 선교적 교회론의 핵심 사상이다. 분명 성경적으로 바른 통찰을 가진 운동이며, 국내에서는 전주 안디옥 교회와 대구 부광교회, 안양제일교회 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선교적 교회운동을 발판으로 한국교회나 세계교회가 ‘종말론적 교회’ (Eschatological Church)를 지향해야 한다고 믿는다. 종말론적 교회란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마 24:14)는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한다. 여러 가지 통계 자료를 볼 때 세계선교의 완성이 코앞에 와 있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유엔에 가입된 200여 국가 중에 복음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가 없다는 사실이다. 북한, 중국, 쿠바,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이미 복음이 증거되었다. 둘째,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족의 언어는 6850여개인데, 그 중에서 성경이 번역되지 않은 언어는 2250여개이다. 위클리프 성경번역 선교회는 2025년까지 성경이 아직 번역되지 않은 2250여개 종족의 언어권에서 번역작업이 시작되도록 하자는 Last Languages Campaign (http://www.lastlanguagescampaign.org/LLC.aspx)을 벌이고 있다. 이것은 결국 2025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세계 모든 종족의 언어로 성경이 번역될 것을 뜻한다.

세계 모든 종족의 언어로 성경이 번역되는 일이 조만간 성취된다는 사실은 주님의 재림이 매우 임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으로 말하면 주님의 영광스러운 재림 직전에 거짓 교회의 배교가 일어나고(살후 2:3), 적그리스도가 등장하고(계 13), 참교회에 대한 핍박과 박해가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일어날 대환난(마 24: 21)의 시기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견디고 이기기 위해 영적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이 종말론적 교회 운동의 핵심이다.

또한 의식적으로 자신을 거룩한 신부로 단장하고, 순수하게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말씀과 기도로 준비하는 교회가 되려고 하는 노력이 바로 종말론적교회 운동의 요체이다.

하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오늘날 국내나 해외나 수많은 교회들이 잠들어 있고, 주님의 재림에 대해 무관심하며, 영적인 어두움에 질식당하고 있다. 다시 오시는 주님의 발자국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는데, 주님이 타신 말발굽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려오는데, 다들 곤히 잠들어 있는 듯하다. 부디 우리 한국 교회가 깨어서,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고, 영적으로 무장하는 종말론적 교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성욱 미국 덴버신학교 조직신학 교수·큐리오스 인터내셔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