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명제 폐지, 인터넷 自淨의 시험대다
입력 2012-08-24 18:43
헌법재판소가 그제 하루 평균 이용자수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도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로써 2007년 도입 후 논란이 많았던 인터넷 실명제가 사라지게 됐다. 헌재는 인터넷 실명제 실시로 불법 게시물이 의미 있게 감소하지 않았고, 이용자가 규제를 피해 해외사이트로 옮겨가는 등 공익 효과는 적은 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고 봤다. 시대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문제는 유언비어나 비방, 언어폭력 등이 인터넷에서 더욱 활개를 칠 것이란 점이다. 특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한 허위정보 유포나 사이버 테러는 선거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터넷은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장이지만 허위정보나 언어폭력으로 연예인과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사례에서 보듯 살인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네티즌들은 인터넷 실명제가 사라졌다고 해서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주민등록번호 확인을 하지 않더라도 사법당국이 IP 추적을 통해 명예훼손이나 불법 정보유통에 대해 처벌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을 성숙한 토론의 장으로 이끌려는 네티즌들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
포털사나 인터넷 언론들도 상업적 욕심 때문에 악의적 글이나 유언비어가 나도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악의적 댓글에 대한 모니터링과 이를 차단시키는 블라인드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최근 ‘안철수 룸살롱’ 사건에서 보듯 거대 미디어공룡에 의한 여론조작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네이버는 이런저런 변명을 하지만 유·무선 인터넷 검색시장의 70% 이상을 독과점하면서 폐해가 심각하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규제하듯 포털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해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아울러 사업자 자율규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는 후속대책들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