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가입시 위험 설명 없었다면 배상해야”… 법원, 4개 기업 손들어줘
입력 2012-08-23 19:14
파생금융상품 키코(KIKO)에 가입할 당시 은행으로부터 상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받지 못해 피해를 본 기업들이 거액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최승록)는 23일 엠텍비전 등 4개 기업이 “부당한 키코 상품 거래로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씨티은행 등 3개 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반환 청구소송에서 “피해액의 60∼70%인 136억여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통화옵션거래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고가 키코 계약의 주요 구조와 위험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가 가시화되고 환율이 상승기에 접어든 2008년 3월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헤지계약을 권유했다”며 “이로 인해 원고는 많은 이득을, 피고는 많은 손해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도 계약을 체결할 때 내용이나 구조, 위험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배상액 수준을 피해액의 60∼70%로 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기업은 “2007∼2008년 키코 상품을 거래할 당시 은행이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약 20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그동안 키코 피해기업 210여개사가 은행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등 소송을 냈으나, 판결이 난 195개사 중 37개사만이 10∼50% 배상책임을 인정받았으며 나머지는 대부분 패소했다. 2008년 외환위기 당시 파생금융상품인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3조3500여억원의 손실을 입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