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공포] ‘증오 범죄’ 예방 시스템 전무… 국내 상황과 미국 사례

입력 2012-08-23 19:13


분노를 참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범죄를 저지르는 ‘증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앞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김모(30)씨도 직장 동료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품고 ‘묻지마 범죄’를 저질렀다.

제주국제대 경찰행정학과 조철옥 교수는 지난 3월 ‘경찰학 연구’ 학회지에 게재한 ‘미국과 한국의 증오 범죄에 관한 비교 고찰’ 보고서에서 “한국형 증오 범죄는 사회 전반에 대한 불만이 동기가 돼 복수를 위해 불특정 다수를 범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증오 범죄는 주로 재산 피해보다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심각하다. 2010년 대검찰청 범죄분석 자료에 따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는 전체 증오 범죄 1만387건 중 72%인 7513건에 달했으며 절도와 같은 재산 범죄는 2874건으로 전체의 27.8%에 그쳤다.

사회에 품었던 분노가 폭발하면서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우발적 범죄’도 문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2000년 306명에서 2005년 319명, 2010년 46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또 폭행·상해·살인·방화 등 범죄는 ‘우발적 동기’와 ‘현실 불만’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미국의 경우 1994년 ‘폭력범죄 통제와 단속법’을 두고 증오 범죄를 관리하고 있다. 또 장기형을 선고하는 ‘증오 범죄 선고강화법’을 법제화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증오 범죄를 단독 법안으로 법제화하지 않고 있으며 전력자에 대한 대책도 부족한 실정이다. 현행법상 치료감호는 심신 미약자나 마약·알코올 중독자, 소아성기호증 등에 한정하고 있다. 조 교수는 “주변인을 비롯해 직장,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사람은 치료감호 후 일정기간 보호관찰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나 김미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