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범죄 공포] “비난한 전 동료 6명 살해하려 했다”
입력 2012-08-23 19:13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노상에서 발생한 광란의 칼부림을 벌인 김모(30)씨는 이전 직장동료들의 험담과 비난으로 퇴사 후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특히 함께 근무했던 전 동료 중 자신을 비난했던 6명을 모두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1월 H신용평가정보원에서 부팀장으로 승진해 일하던 중 실적이 떨어져 상사와 동료로부터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뭐 하느냐” “부팀장이면서 월급만 많이 받아간다”는 등의 비난을 받았다. 김씨는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그해 10월 퇴사했다.
김씨는 이후 대출 관련 회사에 취업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지난 4월 퇴사했다. 무직자가 된 김씨는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4000만원의 카드빚까지 져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그는 이후 서울 신림동의 월 20만원짜리 고시원에서 생활하면서 삶의 의욕을 잃고 자살을 결심했다. 그러나 ‘혼자 죽기에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을 비난했던 전 직원 6명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경찰은 김씨가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과도(5개)와 숫돌을 구입해 칼날을 갈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에게 정신병력 등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씨는 23일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까지 된 데는 내 잘못도 있지만 주변에서 날 힘들게 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억울하다고 했다. 특히 흉기를 휘두른 전 직장동료들에 대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동료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에 대한 험담을 하는 것이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새로운 직장에서 일이 잘 풀리면 당당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리해가며 다른 일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점점 빚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행인들을 찌른 행위는 반성했다. 그는 “도망가는 와중에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드는 것 같아 흉기를 휘둘렀다”며 “두 분께 너무 죄송하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집 밖으로 나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날 유치장에서 조사실로 걸어가면서 시종일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는 조사실 의자에 앉아서도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조금씩 떨면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