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학생부 폭력 기재보류 ‘직권 취소’

입력 2012-08-23 19:08

교육과학기술부가 23일 전북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적도록 한 교과부 지침을 어긴 데 따른 조치다. 역시 교과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는 경기·강원도교육청에는 이날 시정명령을 내리고 시정이 되지 않을 경우 다음 주 초 특별감사를 하기로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들 교육청이 내린 기재보류 조치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개별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적도록 안내했다”면서 “(개별 학교들이) 이행하지 않으면 교장·교직원 징계 등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교육청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이날 특별성명을 내고 “교과부는 자신들의 오만하고 그릇된 뜻을 관철하려고 소속 교원들에게 징계 등 협박을 가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전북의 모든 교직원들은 흔들림 없이 아이들의 인권을 수호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 지침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보류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교과부 지시에 따라 실시했던 학생부 기록 실태 자료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성명에서 “학생부 미기재 교원에 대해 엄중 조치하겠다는 것은 교육감이 갖고 있는 권한을 침해하는 직권남용”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광주교육청은 당초 입장을 번복하고, 고3학생과 전출학생들에 한해서는 교과부 지침대로 학교폭력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기로 했다.

입시 현장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학생부를 중시하는 인성평가 등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출신 지역에 따라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219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했고, 학생 742명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학교폭력 가해사실이 학생부에 기재된 고교 3학년 학생은 17명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내 S고 교사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선생님들마다 의견이 다 다르다. 교장선생님의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주요 대학들은 2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처장 회의를 갖고 수시모집에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반영할 것이라고 합의했다. 그러나 실제 입시에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서울소재 한 대학 입학사정관은 “형평성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 내용이 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