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갈등 격화] “흥분하면 말려든다”… 차분하게 무시 전략
입력 2012-08-24 00:13
일본 정부가 23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 서한을 첨부한 우리 정부의 외교공한 접수를 거부하는 외교 도발을 저질렀다. 노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고위 관료들의 망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어찌 보면 위기 상황이지만 정부는 ‘감정적’으로 나오는 일본의 수에 말려들지 않고 차분히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맞대응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줄 잇는 망언엔 강력 대응=정부는 노다 총리의 ‘이명박 대통령 사죄’ 발언과 전날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외무상의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발언을 간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겐바 외상 발언에 강력히 항의하며 철회를 요구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을 겨냥한 노다 총리 발언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정부는 문서를 통해서도 항의할 방침이다. 겐바 외무상 발언에 대한 항의를 담은 구상서(외교공한)를 작성, 조만간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정부에 전달키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민주당 정권 들어 고위 관료가 불법 점거라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라며 “발언자 지위를 볼 때 좀더 엄중하게 항의하고 기록으로 남길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이 대통령의 일왕 사죄 발언을 일본이 계속 문제 삼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신각수 주일 대사가 겐바 외무상에게 “원론적 발언”이라며 이해를 요청했고, 김성환 외교부 장관도 국회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으로 충분한 해명을 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런 점들을 일본이 감안해 차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 서한, 우여곡절 끝에 반송=정부는 총리 서한 반송이 외교적 결례라며 접수를 거부한 일본의 태도를 적반하장이라고 보고 있다. 외교 관행상 각국 정상의 서한 발송 때는 외교 실무자의 편의를 위해 서한 사본을 동봉, 이를 뜯지 않고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하지만 일본은 지난 17일 총리 서한을 전달하면서 고의적으로 사본을 누락해 우리 정부가 내용을 파악하려면 부득이 개봉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서한 전달 30분도 안돼 주요 내용을 외무성 홈페이지에 공개한 점도 외교적 결례로 지적된다.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예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전날 정부의 반송 결정에 따라 주일 대사관은 오전부터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우리 대사관이 일반적인 외교문서 수발 경로를 거치기로 하고, 김기홍 참사관이 외무성 문서과에 접수하기 위해 방문했음에도 외무성은 문전박대했다. 정부는 결국 등기우편으로 총리 서한을 외무성에 발송해야 했다.
정부는 외교 관례상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고 반발했다. 주일 대사관은 등기우편을 발송한 직후 일본 외무성 측과 전화로 접촉해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우리 대사관 외교차량 진입을 봉쇄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