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묻지마 칼부림’ 맨몸 저지 시민정신 빛났다
입력 2012-08-23 22:10
‘여의도 묻지마 칼부림’ 사건에서는 범인을 맨몸으로 막아선 시민들이 더 큰 참사를 막았다. 범인이 순식간에 범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경찰은 피해자들이 모두 흉기에 찔린 뒤 현장에 도착했다.
22일 오후 7시15분쯤 국회 앞에서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 김모(30)씨가 전 직장 동료 김모(32)씨와 조모(31·여)씨를 흉기로 찌르자 사건 현장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극도로 흥분한 김씨를 피해 이리저리 뛰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이 상황에서도 시민 2∼3명이 고함을 지르며 김씨에게 달려들었다. 당황한 김씨가 허둥대는 사이 시민 4∼5명이 동시에 그를 에워쌌다. 이각수(51·명지대 무예과 교수)씨는 몸을 날려 피해자 조씨를 찌르려던 김씨의 배를 발로 걷어차 넘어뜨렸다. 김씨의 손엔 피 묻은 흉기가 들려 있는 상태였다. 이 광경을 지켜본 직장인 백모(34)씨는 “시민들은 범인이 흉기를 휘두르는 걸 보면서도 한꺼번에 달려들어 저지했다”며 시민들의 용기에 격려를 보냈다.
김씨가 다시 도주하자 시민 김정기 (51·전 청와대 경호원)씨 등 3∼4명이 합세해 범인을 건물 벽 쪽으로 몰고 가 우산으로 위협하며 대치했다. 이후 경찰이 도착해 김씨를 검거했다. 피해자의 응급처치를 한 것도 시민이었다. 세계종합격투기연맹 임원 계진성(43)씨는 흉기에 팔이 찔려 피를 흘리던 안모(32·여)씨에게 달려가 자신의 속옷으로 지혈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2분’ 만에 경찰관 4명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지만 이미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였다. 일부 목격자들은 경찰이 늑장 대응하는 바람에 범인 검거가 늦어졌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격자는 “범행 현장에서 100여m 떨어진 새누리당사 앞에 쌍용차 집회를 막던 경찰이 있었지만 집회 현장만 지킨 채 출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 등 치안 당국은 대형 참사가 잇따라 터지자 뒷북 대책을 내놓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찰은 경찰관 800여명으로 성폭력·강력범죄 우범자 감시·감독팀을 신설키로 했지만 인력 문제 등으로 볼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