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마이 갓’ 스페인 아마추어 80대 할머니 예수 벽화 복원하려다 망쳐놔
입력 2012-08-23 18:59
스페인의 한 80대 할머니가 교회에 그려진 19세기 프레스코 벽화를 직접 복원하려다 오히려 심하게 망쳐버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23일 보도했다.
스페인 사라고사 인근 보르하 지역의 한 교회에는 그려진 지 120년이 넘은 벽화 ‘에케 호모(ecce homo·이 사람을 보라는 뜻)’가 있다. 가시 면류관을 쓰고 박해받는 예수 그리스도를 그린 벽화는 19세기 화가 엘리야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의 작품이다.
이 교회를 다니던 80대 여성 세실리아 히메네즈는 벽화가 습기 때문에 점차 훼손돼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다 직접 붓을 들고 복원에 나섰다. 이 ‘아마추어 복원가’의 의도는 좋았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페인트 붓으로 서툴게 칠해진 복원판은 원작과 완전히 달랐던 것. BBC방송은 ‘전혀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털 많은 원숭이 같다’고 비유했다.
훼손된 그림은 원작 화가의 후손이 예술품 전시 센터에 이를 기부하기로 결정한 뒤 상태 확인을 위해 교회를 방문한 복원 전문가들에 의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원작 복원이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 그림의 예술적 가치는 그리 높지 않지만 주민들에게 ‘감성적’ 가치는 매우 높다면서 원작 화가의 후손들이 히메네즈 할머니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