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췌도 세포 이식받은 원숭이 1년째 생존… 당뇨 완치 ‘새 빛’ 2013년 사람 간 동종이식

입력 2012-08-23 18:47


뇌사자의 췌도 세포를 중증 당뇨 환자의 간에 주입, 당뇨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동종이식(同種移植) 치료가 내년 하반기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실현될 것 같다.

서울대병원 병리과학교실 박성회(사진) 정경천 교수팀은 23일 “지난해 무균돼지의 췌도 세포를 이식받아 당뇨병 치료에 성공한 원숭이가 1년간 정상 혈당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생존함에 따라 내년부터 면역억제제 ‘MD-3 항체’의 상업화 관련 임상시험계획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팀은 지난해 7월 자체 개발한 선택적 면역억제제인 ‘MD-3 항체’ 투약을 기반으로 한 면역조절 프로그램을 확립, 당뇨 원숭이 3마리의 간 문맥(門脈·복부의 소화기에서 나오는 피를 모아 간으로 운반하는 정맥)에 무균돼지의 췌도 세포를 이식하는 영장류 이종이식 실험을 진행해 왔다.

이 중 2마리는 이식 후 줄곧 80∼90㎎/㎗로 정상 수준의 혈당치를 보이다가 최근 1년이 지나자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고, 나머지 1마리는 이식 후 정상 혈당을 유지하며 생존하다 8개월 만에 다른 질환으로 죽었다.

실험대상 원숭이의 절반 이상이 1년간 정상 혈당을 유지한 것은 지금까지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원숭이 간 문맥에 돼지 췌도 세포를 이식한 세계 각국의 시도 중 가장 오랜 기록이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이종이식 실험의 경우 피험자의 50%가 6개월 이상 생존하면 성공한 것으로 간주한다.

박 교수는 “MD-3 항체를 투여하면 당뇨 원숭이의 T-면역세포가 돼지 췌도 세포를 이물(異物)로 여기지 않고 마치 자신이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조직으로 인식하는 ‘T-세포 면역관용’ 현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법적 문제가 따를 수 있는 돼지-사람 간 이종이식(異種移植) 대신 우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뇌사자의 췌도 세포를 환자의 간 문맥에 넣어주는 사람 간 동종이식 시험부터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팀은 정상 원숭이의 췌도를 당뇨병 원숭이에 이식하는 동종췌도이식에도 성공했으며, 동물의 췌도 세포를 사람에게 적용해도 면역 거부반응이 생기지 않게 돕는 ‘키메라 항체’도 개발해 놨다. 키메라 항체란 생쥐를 매개로 개발한 항체의 75% 이상을 사람 항체로 바꾼 것으로, 부작용 없이 오래 지속되는 효과가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