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박선이] 메달과 노메달의 차이

입력 2012-08-23 18:49


아직도 런던올림픽의 열기가 남아 있는 가운데 ‘노메달리스트의 눈물은 뜨겁다’라는 TV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금메달을 기대했으나 예상치 못한 패배와 부상으로 노메달 선수가 된 이들을 조명한 내용이었는데 보는 나도 가슴이 아팠다. 그러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축하 플래카드와 환호 속에 금의환향하는 메달리스트들의 기쁨 가득한 얼굴과 대조적으로 노메달리스트들은 누가 알아볼까 두려워하는 얼굴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저들도 4년 동안 똑같이 인고의 피땀 흘리며 엄청난 노력을 했을 텐데, 저렇게까지 절망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다니 스포츠 정신과 올림픽 정신에도 한참 어긋난 모습이다. 올림픽을 여는 목적은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과 국제 평화의 증진이라고 한다.

그러니 메달 숫자로 국력의 순위를 매기는 것도 아니고, 메달과 노메달의 차이가 하늘과 땅으로 갈라지고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도전 정신과 열정을 극대화하는 경연의 장이며 국가와 인종을 넘어서 그것을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젊은 육체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며 노력하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아름답지 않은가.

운동을 잘하는 편이면서도 제대로 된 체육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나는 엘리트 체육에 불만이 많다. 국민 다수가 건강한 것보다 소수의 선수들이 메달 따는 것이 국력에 더 도움이 된단 말인가. 한 줄 세우기로 순위를 매기는 것도 마땅치 않다. 1등만 화려한 조명을 받고 나머지는 모두 패배의식이나 피해의식을 갖게 된다면 좋은 사회가 될 수 없으니까.

안정되고 평안한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다름 대로 인정받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사는 곳이지, 소수의 엘리트나 재력가가 끌고 가는 사회가 아니다. 가뜩이나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런 문제점도 함께 고민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꿔가는 노력을 하면 좋겠다.

지난주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소득과 사회복지를 자랑하는 북유럽 4개국을 다녀오면서 덴마크가 특히 인상 깊게 다가왔다. 이 나라는 ‘아무도 굶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기본으로 하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를 평등사상과 함께 잘 구현하고 있었다. 환경의식도 높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참 건강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런데, 이 나라는 메달을 몇 개 땄더라? 모르겠다.

박선이(해와나무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