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후보 ‘대통합 행보’ 후속조치 기대한다
입력 2012-08-23 18:43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인 21일 국립서울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났다. 2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했고, 동교동으로 이희호 여사를 찾아갔다. 대선 후보의 첫 외부 일정으로는 이례적으로 지지 세력보다 반대파인 진보 진영의 지도자를 먼저 찾은 셈이다.
박 후보의 이런 행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가 함께 가겠다”고 밝혔던 국민 대통합의 실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념과 지역, 계층 간 대립이 심화되고 갈등 양상이 거칠어지는 현재의 정치 상황에서 올바른 지향이자 적절한 처신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행보들에 ‘광폭’이나 ‘파격’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정치 현실이 굴곡지고 비뚤어져 있다는 방증이다. 대통령 후보가 한국 현대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전직 대통령들을 찾고 참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일이 이례적이거나 파격적으로 여겨져서는 안 되는 게 정상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통합당이 박 후보의 행보를 ‘정치 쇼’라며 깎아내리려고만 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화해와 통합 리더십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평가절하할 게 아니라 더 넓은 화해의 행보, 더 깊은 통합의 방향을 제시하려고 경쟁하는 게 옳다. 그게 국민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비록 박 후보의 행보가 대선 표를 의식한 이벤트라고 하더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무작정 꼬투리를 잡는 식의 비판은 편협하다는 평을 받게 될 것이며, 1997년 김대중 당시 대선 후보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의 의미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 된다.
박 후보나 캠프도 대통합 행보가 일회성, 과시성에 그치지 않도록 진정성이 담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족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강행하는 결례를 해서는 안 된다.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히고 폭넓은 역사인식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합의 이념을 구현할 구체적인 후속조치, 경제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내놓아야 마땅하다.
무엇보다 정치 경쟁자를 멸절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보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런 태도가 바탕이 돼야 선거전에서 지더라도 패배를 선선히 받아들이고 상대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성숙된 정치 문화가 가능해진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상대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고 5년 내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낡은 정치를 청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