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뚫어라” 고객층 넓히기 안간힘… 의류업계 세컨드 브랜드 ‘붐’
입력 2012-08-22 19:14
AK플라자는 지난달 초 여성의류를 10g당 300원에 판매했다. 옷의 가치를 무게로 환산해 판매하는 것은 옷에 대한 모독이라는 반대도 있었지만 워낙 불황이어서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22일 “재고 소진과 현금 유동성 확보가 필요했던 일부 브랜드들이 참여했다”면서 “순식간에 준비한 물량의 95%가량이 팔렸다. 당장은 아니지만 참여를 원하는 업체가 있다면 다시 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백화점을 주름잡았던 의류 브랜드들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시키는 브랜드도 많다.
여성 캐주얼 브랜드 이뎀은 지난 5월 백화점에서 매장을 자진 철수시켰다. 백화점에서 등을 떠밀어 나간 게 아니라 장사가 안 돼 스스로 영업을 접은 것이다. 아비스타에서 운영하는 영캐주얼 브랜드 에린브리니에도 롯데 본점과 신세계 강남점에서 매장을 철수시켰고, 남성복 피에르가르뎅도 모기업인 미도가 지난 7월 말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매장을 철수할 예정이다. 여성복 브랜드 AK앤클라인도 7월부로 백화점 사업을 접고 로드샵 쪽으로 유통채널을 변경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의류업계 관계자는 “한때 백화점은 의류업체들에 선망의 대상이었다. 입점을 시키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는데 요즘 상황을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7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 의류 부문은 여성의류(-7.8%), 여성캐주얼(-5%), 남성의류(-5.2%) 등 대부분이 불황의 터널을 뚫고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컨드 브랜드(Second Brand)’를 만들어 홈쇼핑 등 다른 유통채널에 진출하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브랜드 파워는 유지하면서 낮은 가격대의 제품으로 고객층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기존 브랜드 이름을 확장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홈쇼핑채널 GS샵은 ab.4u(ab.f.z), 크림 by 미니멈(미니멈), scb SOUP(SOUP), 스튜디오 보니(보니알렉스), Tee by Us n Them(Us n Them), 진도끌레베(진도모피) 등을 판매 중이다.
스튜디오 보니의 경우 상반기 GS샵에서 15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올해 300억원을 판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도끌레베의 모피 제품은 지난달 11일 올해 첫 방송에서 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방송 3회 만에 총 4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