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돕다 ‘한국행’ 조선족 母女 난민 인정

입력 2012-08-22 18:57

탈북자를 돕다가 중국 공안의 추적을 받게 되자 어선을 타고 한국으로 탈출한 30대 조선족 여성이 소송 끝에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조선족 난민 신청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례적인 판결이다.

조선족 이모(38·여)씨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A씨의 부탁으로 2010년 10월부터 직접 압록강을 건너가 탈북자를 데려온 뒤 자신의 집에 머물도록 해주는 등 1년여간 20여명의 탈북을 도왔다. 중국 공안은 지난해 3월 A씨를 체포한 뒤 가담자 색출에 나서면서 이씨 집도 급습했다. 다행히 초등학생 딸과 함께 다른 곳에 머물던 이씨는 소식을 듣고 다른 탈북자들과 함께 한국행을 감행했다. 이씨는 같은 달 어선을 타고 밀항하다 서해안에서 우리 해경에 발견됐다. 중국에 남아 있던 이씨 남편은 결국 체포돼 장기 징역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중국 정부에 의한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당국이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진창수)는 이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 자체가 중국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어서 비록 소극적 표현일지라도 박해의 이유가 ‘정치적 의견’이라는 점이 인정된다”며 “이씨가 지원한 탈북자가 많아 중국으로 돌아가면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커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법원 관계자는 “탈북 지원 조선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합법적’ 처벌이 대한민국 시각에서는 탄압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