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국회앞에서도… 또 ‘묻지마’ 칼부림
입력 2012-08-22 21:27
화를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오후 7시16분쯤 서울 여의도동 국회 앞 도로에서 김모(30)씨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2명과 여성 2명을 흉기를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김씨는 갑자기 피해 여성의 등과 어깨를 흉기로 5차례 가량 찌른 뒤 함께 있던 남성이 달아나자 쫓아가면서 계속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길 가던 다른 남성 1명과 여성 1명에게도 다시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시민들에 쫓겨 골목으로 달아났으며 자기 목에 흉기를 댄 채 5분쯤 대치하다가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묻지마 칼부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성 1명은 중태에 빠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앞서 송파구에서는 40대 여성이 가족들에게 분풀이로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2일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반대하는 데 앙심을 품고 가족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최모(41·여)씨를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20일 오후 7시쯤 자신의 오빠집인 서울 삼전동 다세대주택에서 친언니와 올케, 7살 조카 등 가족 3명을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힌 혐의다.
최씨는 이날 오후 오빠집에서 만난 큰언니(51)와 남자친구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갑자기 준비해온 흉기를 꺼내 큰언니의 머리와 목 부위 등을 찔렀다. 최씨는 이어 같이 있던 어린 조카(7·여)와 뒤늦게 집에 도착한 올케 김모(42)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목과 등에 상처를 입혔다. 최씨는 이어 손목을 그어 자해를 시도했다. 최씨는 시너와 손도끼도 준비해 갔다.
김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즉시 최씨와 피해자 등 4명을 병원으로 옮겼다. 현재 이들 모두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당시 최씨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였고 평소 우울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잇따른 묻지마 흉기난동에 대해 사회가 불안정해지면서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데다 생활까지 팍팍해지면서 자신의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감정조절장애’가 확산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계속되는 흉기난동에 대해 ‘감정조절장애’로 인한 범죄라고 진단했다. 감정조절장애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적인 충동과 함께 고조된 긴장감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발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범죄자는 대부분 평소 본인이 겪고 있는 갈등이 다른 사람에게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고 좌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상태에서 감정 조절을 못 하고 ‘더 이상 잃을 것 없다’는 심정에 이를 때 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노조절장애가 발생하는 원인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불거지는 인간관계 갈등이나 상실감 등이 꼽히고 있다. 또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방임이나 학대, 또는 과잉보호를 받은 경우도 자기를 조절하는 능력에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방송, 영화, 비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문화가 인간의 충동성과 공격성을 부추기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는 우발적 범죄는 단편적 사건이 아니라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교수는 “전과자들에 대한 재사회화 정착 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하고, 외톨이족에게 사회적 연결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상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