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값 고공행진 날씨탓만은 아냐

입력 2012-08-22 18:47


올해 양파는 대표적으로 비싸진 농산물이다. 집중호우, 가뭄, 폭염 등 기상 악화 탓도 있었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농가들이 지난해 가격이 낮았던 양파 대신 마늘 등을 대량 재배해 올해 재배면적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해 가격이 낮아지면 이듬해 재배면적이 줄어 가격이 폭등하고, 반대로 가격이 높아진 후엔 재배면적이 늘어 가격이 폭락하는 ‘농산물 공급 롤러코스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벼, 고추 재배면적 및 양파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양파 재배면적은 2만965㏊로 지난해보다 8.8% 감소했다. 통계청은 “지난해 양파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자 상당수 농가들이 최근 2년간 가격이 좋았던 마늘 재배로 전환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양파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당 675원으로 1년 전보다 32.8% 급락, 농가 소득도 17.6% 낮아졌다.

양파만의 현상이 아니다. 올해 고추 재배면적은 4만5459㏊로 지난해보다 6.8% 증가했다. 지난해 여름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고추 가격이 1년 전보다 61.9%나 급등하자 올해도 가격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고추 재배농가가 늘어난 것이다.

2010년 ‘금배추’ 파동을 겪은 뒤 지난해 봄에는 봄배추 재배면적이 지나치게 늘어 가격이 폭락, 농가들이 배추밭을 갈아엎는 일까지 발생했었다. 가격 급등락이 재배면적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다시 수확기 가격을 오르내리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소비자 불편과 농가들의 피해가 계속되는 것이다.

정부는 수확기 작물을 비축해 가격이 오르면 공급하는 ‘상시비축제’를 배추, 고추, 마늘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계약재배 확대 등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