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착용 재판 2019건 ‘정지’… 재범 우려 커진다

입력 2012-08-22 15:10


성범죄 전과자들이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성범죄자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워놓고 감시만 할 뿐 성충동 억제를 위한 별도 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유기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또 법원에서는 전자발찌 부착명령 관련 재판이 중단돼 있는데다 성충동 억제를 위한 약물치료는 현재까지 1명에게만 적용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전자발찌 부착명령 소급 적용 청구 건수는 2675건이었고 법원은 이 가운데 424건에 대해서만 부착 명령을 선고했다. 232건은 기각됐고 나머지 2019건은 헌법재판소 위헌심판에 따라 재판이 정지돼 있다.

문제는 재판에 계류된 성범죄자들이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7월까지 재판 계류 중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19건에 달했다.

검찰은 1996년 20대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려 한 김모(39)씨에 대해 지난해 2월 소급 적용 청구했다. 하지만 소급 청구가 계류 중인 사이 10일 만에 또다시 성폭행을 시도했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 재발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은 재판 중에도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자발찌를 차게 되면 심리적 부담이 커지며 이에 대한 부작용도 생기지만 관리시스템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 전자발찌를 찬 채 성폭행을 시도하려다 반항하는 주부를 살해한 서모(42)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자 발찌를 착용한 뒤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전자발찌가 극단적인 자포자기 상태로 몰고 가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들의 스트레스는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전자발찌는 재범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지만 전자발찌 착용 이후에도 보호관찰 외에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문가들은 국내 성범죄자 관리 정책은 범국가적 대책이 아니라 사회 여론 등에 따라 급조되는 경향이 많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성범죄자들은 MAPPA(Multi Agency Public Protection Arrangement)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 제도는 고위험 범죄자들에 대한 적절한 위험관리전략을 세우고 집중적인 관리가 목적이다. 경찰, 교도소, 보호관찰소가 참여해 적절한 위험관리전략을 세우고 지역사회복지기관, 의료기관 및 정신보건기관, 직업훈련소가 협력한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해 고위험 범죄자들의 심리를 체크하거나 근본적인 성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도도 이뤄진다.

미국은 지역에 따라 생활 모니터링을 실시해 음란물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동성범죄의 경우 놀이터나 부녀자가 많이 있는 곳들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형기는 마쳤어도 주에서 운영하는 성범죄자 치료센터에 강제 입원시키기도 한다.

김유나 김미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