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발언’ 공화당 강타… 롬니 사면초가
입력 2012-08-22 18:43
“‘정말 강간(legitimate rape)’을 당했다면 임신이 되기 힘들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미 공화당 토드 아킨 하원의원이 21일(현지시간) 총선 출마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도 “한 문장 안의 단어 하나(legitimate)가 문제됐을 뿐”라고 말했다.
이는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와 공화당 내 미주리 출신 정치인들의 상원의원 선거 불출마 요청을 일축한 것이다. 존 애시크로프트 전 상원의원 등 4명은 아킨에게 “반드시 후보직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롬니도 “미주리 동료들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발악재로 미주리주 상원의원 선거는 물론 미국 정계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는 27일로 예정된 공화당 전당대회 전 마지막 후보 사퇴 시한이었다. 당의 결집을 과시하고 지지자들을 끌어들여야 할 전당대회 행사가 아킨 의원 이슈에 덮이게 된 것이다. 아킨이 사퇴했다면 당은 2주 내 다른 후보를 내고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펼칠 수 있었다. 현직 미주리주 상원의원이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클레어 매캐스킬은 공화당으로선 반드시 타도할 필요가 있는 상대 중 하나다.
폴 라이언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과 함께 달아올랐던 메디케이드 논쟁도 낙태논란으로 희석될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에게 불리한 장기 경기침체나 실업률 논쟁도 거의 묻혔다.
민주당은 강간에 의한 낙태를 포함한 모든 경우의 낙태에 반대한 전력이 있다며 라이언 후보까지 싸잡아 비난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측 리즈 스미스 대변인은 20일 “라이언은 하원의 공화당 리더로서 아킨과 함께 ‘강간’의 범위를 축소시키려 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강간은 강간”이라며 직접 아킨을 비판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강간과 낙태 이슈가 롬니 진영을 사면초가에 빠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아킨이 다음 달 25일까지 후보직을 사퇴할 경우에만 대체 후보를 낼 수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