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으로 무장한 사극영화… ‘도둑들’이 판치는 극장가를 뚫어라!

입력 2012-08-22 17:49


범죄 액션 영화 ‘도둑들’(최동훈 감독)이 21일 현재 1125만명을 모으며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 영화가 틈새 관객을 노리고 있다. 8월 개봉되거나 9월 선보일 예정인 사극 영화는 3편. 하나같이 실존 인물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보탰다.

지난 8일 개봉한 차태현 주연의 코미디 액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김주호 감독)는 329만명을 모으며 400만 관객 돌파를 향해 순항 중이다. 조선 영조시대 궁궐 내 얼음 창고인 서빙고를 터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당시 실학자 이덕무(차태현)와 ‘무예도보통지’를 편찬한 무사 백동수(오지호)를 등장인물로 내세웠다.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차태현의 코믹 연기다. 차태현은 480만명을 동원한 ‘엽기적인 그녀’(2001), 800만명을 돌파한 ‘과속스캔들’(2008), 300만명을 사로잡은 ‘헬로우 고스트’(2010)에 이어 헐렁하면서도 좌충우돌 폭소를 자아내는 특유의 캐릭터를 선보인다. 조선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이덕무가 정말 이랬을까 싶을 정도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이 영화는 역사적인 고증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명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역사 왜곡 논란을 피하기 위해 가상 인물을 내세운 것과는 정반대다. 대신에 재미로만 승부한다.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등 조연들이 가세해 웃음과 액션, 긴장과 스펙터클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바람…’과 같은 날 개봉한 주지훈 주연의 코미디 사극 ‘나는 왕이로소이다’(장규성 감독)는 ‘역사도 몰랐던 세종비밀실록’을 키포인트로 내세웠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 사실은 그가 소심하기 그지없고 왕이 되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한 나머지 가출까지 감행한 겁쟁이였다면? 영화는 이런 가정 하에 시작된다.

드라마 ‘궁’(2006)으로 인기를 얻은 주지훈은 이 영화에서 세종으로 등극하기 전의 충녕대군과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충녕이 된 노비 덕칠 역을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고기를 좋아하고 백성들을 소중히 여기는 충녕의 이미지는 실록을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실실 웃는 모습의 무식한 덕칠이 어느 날 갑자기 충녕으로 둔갑하는 설정은 다소 황당하다.

태종 역의 박영규와 황희 역의 백윤식, 충녕의 호위무사 역을 맡은 김수로와 임원희 등 조연들의 너스레 떠는 연기도 식상한 느낌이다. ‘세종을 위대한 왕으로 만든 일등 공신은 노비였다?’라는 가상의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지 못해 흥행이 저조한 편이다. 개봉 이후 73만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9월 추석 때 개봉 예정인 이병헌 주연의 팩션 사극 ‘광해, 왕이 된 남자’(추창민 감독)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또 한 명의 광해’를 홍보문구로 내세웠다.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은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해 위협에 노출될 사람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허균은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 걸쭉한 만담으로 인기를 끄는 하선을 발견한다. 닮은 외모는 물론이고 타고난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를 완벽하게 내는 하선.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사이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이병헌이 광해군과 하선을, 조승룡이 허균, 한효주가 중전을 각각 맡았다.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병헌은 “1인2역을 하다 보니 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며 “가짜 왕인 하선이 정치를 대신하는 모습을 통해 ‘만약 당신이 왕이라면 어떤 일들을 하겠소’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말했다. 연산군을 소재로 한 사극 영화 ‘왕의 남자’(2005)가 세운 1230만명 관객 기록을 넘어설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