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한국장로교 100주년 기념대회… 의미와 향후 계획 / 좌담

입력 2012-08-22 17:26


“한국교회 먼저 하나돼 통일문제 다양한 방법 내놔야”

참석자

윤희구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권태진 한국장로교 100주년 기념대회 준비위원장

조성기 한국장로교 100주년 기념대회 실행위원장

(사회=이승한 종교국장)

다음 달 1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선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주최 한국장로교총회 설립 100주년 기념대회가 열린다. ‘세상의 빛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새로운 백년’이라는 주제 아래 27개 장로교단 2만여명의 성도들이 모여 1911년 조선예수교장로회로 출범한 한국장로교회의 100년 역사성을 자축하게 된다. 한장총을 대표하는 임원들에게 대회 의미와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장로교 설립 100주년 기념대회의 주제로 통일 이슈를 제기했다. 의미는 무엇인가.

△권태진 목사=일제 강점기 이후 준비 없이 맞이한 해방은 한국사회의 혼돈으로 이어졌고 한국전쟁이라는 고통스런 결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준비가 안 된 통일은 한반도 전체의 혼란과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교회가 세상의 빛으로서 통일을 앞두고 윤리·도덕적으로 바른 가치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

△윤희구 목사=남한과 북한의 사상적 경제적 격차는 너무 크다. 단숨에 좁힐 수 있을 만한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하나님은 탈북자 2만5000명을 남한에 보내주셨다. 탈북자를 중심으로 한 교회가 세워졌고 북한기독교총연합회라는 단체도 만들어져 있다. 통일 이후 아무래도 북한은 남한의 목사보다는 그쪽 사상을 경험한 탈북자 출신 목회자와 신학생이 가는 게 좋을 것이다. 이들을 북한 교회를 재건하는 데 아주 효과적인 인재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드려진 헌금은 탈북자 출신 신학생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데 쓰인다.

△조성기 목사=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민족의 통일 문제는 더 이상 정치인들만의 몫이 아니다. 우리 한국교회는 민족 분단 이후 통일의 기도를 끊이지 않고 했다. 한국교회가 이제 통일문제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을 때다.

-100주년을 맞아 대형 집회를 준비했다.

△조 목사=미국, 호주, 캐나다 장로교회 선교사들이 한국인 목회자와 함께 1911년 평양신학교에서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를 설립한 역사적 사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 에너지는 1919년 3·1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일제의 험악한 박해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장로교 100주년 대회는 현재를 회개하고 미래 좌표를 찾는다는 측면에서 의미 깊은 행사다. 1934년 장로교 50주년 희년대회, 74년 엑스플로 대회, 77년 민족복음화 대성회, 84년 한국기독교100주년선교대회, 2007년 한국교회대부흥100주년기념대회 등 공교회성을 띤 연합집회는 시대정신을 반영하며 민족과 교회, 사회 앞에 꼭 필요한 과제를 선포했다. 이번 대회는 한국교회 역사 가운데 최대의 수치가 분열이라는 사실을 반성하며 교단의 틀을 확실하게 갖고 있는 27개 장로교단이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희망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국교회연합 분열과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논란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권 목사=분열은 자기중심의 결과다. 십자가 앞에서 자기를 부인하지 못한 결과다. 다시 한번 복음에 헌신하고자 하는 자세로 십자가 밑에서 모여야 한다. 하나님의 교회는 하나의 교회일 수밖에 없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남북통일을 말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나 돼 미션스쿨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문제 등 대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선교사 파송과 신학교 난립 등의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조 목사=한국교회의 수치스런 분열의 책임은 장로교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한국교회 중 70%가 장로교회이기 때문이다. 한장총에는 27개 교단, 3만7500개 교회, 6만5000여명의 목회자, 900만명의 성도가 소속돼 있다.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연합운동의 성패는 교단과 교회 지도자들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런데 지도력과 연합능력이 부족하다보니 분열과 갈등구조로 나타났다. 이번 기념대회는 분열을 극복하고 한국장로교회가 통일의 비전을 세우는 자리가 될 것이다.

△윤 목사=내가 34년 전 창원에서 연합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교회가 여러 개로 나눠져 있었다. 선후배 목사님들을 만나 ‘우리가 이래선 안 됩니다. 함께 만나 논의합시다’라며 독려해 하나를 이룰 수 있었다. 사실 목회자 간 신학이나 사고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주님의 교회라는 동질성은 갖고 있다. 따라서 교회가 함께 연합할 수 있고 동역할 수 있다고 본다. 연합의 열매는 특정 지도자가 가져가는 게 절대 아니다. 복음의 텃밭을 일구고 거기서 나오는 열매는 개교회가 가져간다. 성경을 보면 교회의 하나 됨을 통해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알 수 있다고 말씀하고 있다. 우리가 분열됐다는 것은 메시아상(像)을 깨뜨렸다는 것과 같다.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장총이 교회 연합을 위해 ‘한 교단 다체제’ 헌법을 발표하는 등 연합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권 목사=장로교는 모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1788년)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공통의 예배와 신앙고백 정치 권징이라는 헌법초안을 만들 수 있다. 한장총의 시도는 장로교 헌법이라는 같은 ‘지붕’을 만드는 것과 같다. 한장총의 생각은 각 교단의 헌법과 체계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연방제 형태로 느슨하게 묶는 것이다. 기념대회에서 이것을 발표할 텐데 각 교단 총회에서 충실하게 논의하길 기대하고 있다.

△조 목사=이번 대회의 선언문에서 ‘한 교단 다체제’ 의지가 천명되면 각 교단 총회에서 응답할 것이다. 이것이 모아져 튼실하게 다져지면 연합체의 기반이 마련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종자연 문제나 이단 대처, 대북사역 등을 힘 있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목사=한장총은 2009년부터 7월 12일 칼뱅 탄생일을 즈음해 ‘장로교의 날’을 개최해 왔다. 올해는 장로교 설립 100주년을 맞았기에 기념대회로 개최하는 것이다. 한장총은 지역에서 정체성·역사 성장 선교 교육·인재양성 사회복지 등 5개 분양의 모범적인 사역을 해온 300대 교회를 추천받고 기념패 증정을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이들 교회의 사역을 담은 백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연합사역에 있어서 건강한 지도력은 어디에서 나온다고 보는가.

△조 목사=수년간 연합운동을 하면서 다양한 지도력을 봐왔다. 가장 교과서적인 것은 비움의 지도력, 섬김의 지도력이다. 연합기구 수장이 마치 종교권력을 갖게 된 것처럼 잘못 인식돼 있다. 기구 구조가 취약한 데다 지도자들이 섬김과 비움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지 못하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연합기구 수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망가지는 모습은 절대 개인의 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교회 전체의 치명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권 목사=만약 장로교회가 하나 된다면 나는 내년에 대표회장을 그대로 내려놓을 것이다. 비움과 섬김 없이는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없다. 한장총은 명예를 갖고 싸우지 않는다. 대표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이 희생해야 하고 섬겨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가 경직돼 있다. 교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조 목사=이명박 정부가 무조건 대북지원을 막아서는 안 된다. 정부가 아무리 강경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종교단체의 인도적 지원은 허용해야 한다. 굶주려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 앞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 그리스도의 사랑이다. 멸공통일과 같은 냉전시대의 논리는 이제 자제해야 한다. 북한 왕조체제, 경제체제의 실상을 모르는 국민이 어디 있나. 이제 남한은 경제적 민주적 체제의 자신감 아래 한반도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교회도 선교적·인도적 차원에서 치유와 회복에 힘써야 한다. 교회는 80년대 남북관계가 경색됐을 때 도잔소회의 등으로 통일운동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유연한 자세와 자신감을 갖고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

△윤 목사=통일이 되면 북한 사람과 함께 살 당사자가 누구일 것 같나. 바로 지금의 청소년이다. 하지만 어느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50% 이상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교회가 왜 통일이 필요한지, 성경은 통일을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어떻게 복음통일을 해야 하는지 미리 교육해야 한다.

△권 목사=월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다. 전쟁이 나면 아이들은 들개처럼 배회하고 남자는 총알받이가 된다. 여자는 창녀처럼 유린당한다. 참 비참하다. 바른 가치관으로 남한이 먼저 단합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강대국의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밀릴 수밖에 없다. 베트남의 상황을 보라. 교회가 남북통일, 사회통합의 신학적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민족이 사는 길은 종교가 지닌 숭고한 정신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그 일을 제대로 감당해야 한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