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주자 밀착 취재-② 손학규] 재래시장 상인과 스킨십… “여론이 달라졌어” 자신감

입력 2012-08-22 21:32


“아이고, 안녕하세요. 제 이름 아시겠어요?”

“손학규 후보 아인교. 테레비(TV)에 내(계속) 나오데요.”

“네, 맞습니다. 제가 손학규입니다.”

“실물이 테레비(TV에 나오는 얼굴)보다 못 하네!”(모두 웃음)

21일 오후 4시 울산 남구 신정시장.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오가는 사람은 별반 없고 파리만 쫓던 시장 안이 일순간 왁자지껄해졌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상임고문이 한 손을 흔들며 시장 입구에 나타나서다. 초입 건어물가게로 들어서자 주인아주머니가 하소연부터 늘어놨다.

“시장 인근에 코스트코(외국계 대형마트) 입점 허가가 나서 곧 들어 온다카대요. 저희 같은 서민은 정말 설 곳이 없다 아입니까.” 손 고문은 “제가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가 대형마트, 외국기업에 피해 입는 서민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꼭 막겠습니다”며 아주머니의 손을 잡았다. 이어 건너편 좌판에 쭈그려 앉아 마늘을 까고 있는 할머니에게 다가갔는데 반응이 심드렁했다.

“많이 파셨어요?”(손 고문) 땅바닥에 놓인 바구니엔 1000원짜리 지폐 몇 장만 보였다. “이렇게 더운데 누가 시장에 오겠는교. 시원한 마트에 다 가뿌리지….”(할머니)

손 고문이 양파 한 봉지를 집어 들고 돈을 건넨 뒤 악수를 청하자 “(내) 손이 더럽다”며 할머니가 한사코 손사래를 쳤다. 손 고문은 끝내 악수를 하고 돌아섰다.

손 고문이 들어서는 가게마다 “힘들다”는 푸념이 쏟아졌다. 한복가게 상인은 “울산에는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있어서 여름휴가 때 보너스 받은 사람들이 시장에 많이 오는데 작년부터는 보너스를 못 받는지 오는 사람이 없다”며 “시장에 돈이 안 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소연을 하면서도 손 고문을 쳐다보는 상인들은 웃었다. 얼굴을 알아보고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많았다. 등산복 차림의 남성은 “울산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했고, 한 중년 여성은 “당선되세요”라고 덕담했다. 손 고문은 자연산 방어 5000원, 복숭아 1만원, 족발 8000원어치를 사들고 시장을 나섰다.

손 고문에게 ‘울산 민심이 어떤 것 같으냐’고 물으니 “생각보다 좋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는 “사는 게 힘드니까 현 집권당에서 마음이 많이 떠나 있다. 민주당 후보인 나에게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격려해 주는 모습이 지난 총선 방문 때보다 (민심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 고문은 본격적인 순회 경선을 앞두고 첫 경선지인 제주(25일)·울산(26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달 들어 울산은 두 번째 방문이고, 제주는 네 번이나 찾아갔다. 주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기선제압에 나선다는 각오다.

박준영 전남지사의 경선 중도하차 소식이 전해졌지만, 손 고문은 “특별히 유리하거나 불리할 게 없다”고 표정을 감췄다. 하지만 캠프 관계자는 “2010년 10·3 전당대회 때 손 고문이 광주·전남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박 지사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광주·전남 표심이 우리에게 넘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고문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와 ‘일전(一戰)’을 치를 준비가 돼 있냐고 묻자 “민생안정과 국민통합,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누가 실현할지 제대로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시절 손 고문은 유신에 맞서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하며 긴 수배생활과 수차례 옥살이를 겪었다. 그는 “국민이 대선후보의 살아온 궤적을 보고 미래를 판단하리란 믿음이 있다”면서 “(국민들이) 차차 다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전 비행기로 울산에 내려와 밤 비행기로 서울에 올라가는 등 예닐곱 개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건강비결이 궁금했다. “하루 세끼 매번 밥을 두 그릇 정도 먹어요. 밥심 덕분이지. 그래도 오늘은 널널한(여유로운) 편이야.”

울산=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