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렌즈 이용 도심서 무차별 ‘몰카’

입력 2012-08-22 18:57

공무원 고모(38)씨는 쉬는 날만 되면 ‘몰카족’으로 변신한다. 800만원이 넘는 망원렌즈로 중무장한 그는 서울 청계천, 광화문광장 등을 누비며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만 나타나면 셔터를 눌렀다. 고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몰카 출사’도 나갔다. 회원들의 직업은 군인과 공사 직원, 회사원, 명문대생 등으로 다양했다.

사진 공유 사이트 회원인 이들이 몰카를 찍기 시작한 것은 운영자 오모(48)씨가 야한 사진을 찍어보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호기심이 발동한 이들은 행사장 여성 모델을 촬영하며 연습했고, 요령을 익히자 대도시 번화가로 활동 장소를 옮겼다.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카메라 장비로 무장한 이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사냥감을 찾아 헤맸고, 10∼20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입은 여성들이 지나가면 셔터를 눌러댔다. 이들은 각자가 찍은 사진을 사이트에 올린 뒤 “뷰파인더도 안 보고 찍을 수 있는 달인의 경지에 올랐다”는 무용담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회사원 민모(46)씨는 오씨와 함께 올 3월과 지난해 11월쯤,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섭외한 A양(12)과 B양(16)에게 각각 10만원과 30만원을 주고 부천역 멀티방과 홍대역 인근 스튜디오에서 나체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불법 성인 사이트를 개설해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을 찍어 성인사이트에 올린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아마추어 사진작가 오씨와 회사원 민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거리에서 여성의 하체와 속옷 등을 몰래 찍어 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 특례법 위반)로 공무원 고씨 등 3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현역 장교(소령) 심모(37)씨를 해당 군부대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오씨는 지난해 6월 인터넷에 몰카 사진 공유 사이트를 개설해 회원비로 960만원가량을 받아 챙기고, 미성년자의 나체 사진을 찍어 사이트에 올린 혐의다.

경찰 관계자는 “20∼40대인 이들은 몰카 촬영을 하나의 취미로 생각하고 죄의식도 없었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