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세계 최고 속기왕 백홍석
입력 2012-08-22 18:18
한국(KBS배), 중국(중신은행배), 일본(NHK배) 등 3개국 각 기전의 우승자와 준우승자만이 출전할 수 있는 TV 아시아 바둑 선수권전이 열렸다. 지난 13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4일부터 17일까지 우승자를 가리는 이번 대회에는 모두 7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한국은 KBS바둑왕전 우승자인 박정환 9단과 준우승자인 백홍석 9단이 지난 대회에 이어 2년 연속 출전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지난 대회에서 박정환은 일본의 야마다 기미오 9단에게 패하며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백홍석은 결승까지 진출했지만 중국의 콩지에 9단에게 우승컵을 내어주었다. 이에 콩지에는 TV 아시아 바둑 선수권전 3년 연속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이번 대회 또한 중국은 시드 배정을 받은 콩지에와 퉈자시 3단, 렌샤오 4단이 출전하며 유력한 우승 국가로 떠올랐다. 일본은 NHK배 우승자인 유키 사토시 9단과 준우승자인 하네 나오키 9단이 단골멤버로 출전했다. 지금까지 4번 출전한 유키 사토시는 2010년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고 하네 나오키 역시 3번째 출전이다.
올해로 24회를 맞은 TV 아시아 바둑 선수권전은 한국의 KBS, 중국의 CCTV, 일본의 NHK가 공동 주최했다. 제한시간 없이 30초 초읽기로 시작해 중간 중간 1분 생각시간을 10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세계 최고의 속기왕을 가리는 대회이다. 현재까지 일본이 9회 우승, 한국과 중국이 각각 7회 우승을 차지해 일본이 앞서 있는 상황이다.
14일 시작된 1회전은 백홍석이 중국의 렌샤오를 꺾고 박정환은 일본의 하네 나오키를 물리치며 순조롭게 준결승에 진출했다. 1회전에서 일본 선수가 모두 탈락한 가운데 준결승은 한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로 이루어졌다. 먼저 펼쳐진 박정환과 콩지에의 대결에선 현재 한국랭킹 1위이자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정환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콩지에가 아시아 선수권전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며 2시간30분의 혈투 끝에 4년 연속 결승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어 펼쳐진 대국에서는 백홍석이 초반의 불리한 바둑을 버티며 상대의 대마를 몰살, 이후 끝내기 묘수로 퉈자시를 5집반 차이로 물리쳤다. 이로써 지난 대회와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백홍석에게는 바라던 시나리오로 다시 한번 결승에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동안 숱한 준우승에 시달렸지만, 지난 비씨카드배에서 세계대회 첫 우승을 차지하며 준우승 징크스까지 말끔히 벗어던졌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서도 콩지에를 자신 있게 따돌리며 ‘난세의 영웅’ 백홍석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