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禁女의 벽’ 깼다

입력 2012-08-21 20:00

세계 최고 권위의 골프대회 가운데 하나인 마스터스 개최지 미국 조지아주 소재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은 20일(현지시간)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투자회사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여성 사업가 달라 무어가 새 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발표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지냈던 빌리 페인 클럽 회장은 이메일 성명에서 “항상 그랬듯이 시간을 두고 새 회원 후보 자격 심사를 엄격히 진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거스타 내셔널은 1933년 골프의 명인으로 불리는 보비 존스와 월스트리트 자본가인 클리퍼드 로버츠 주도로 문을 연 이후 백인 남자만 회원으로 받아왔다. 1990년 론 타운센드 개닛TV 회장을 시작으로 흑인에게도 문호가 개방됐으나 여성단체의 극렬한 반발에도 오거스타 내셔널 측은 “우리는 사나이들의 모임”이라며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요지부동이었던 오거스타 내셔널의 성차별이 이번에 허물어지게 된 것은 마스터스의 오랜 후원사인 IBM 최고경영자(CEO)의 자동 회원 입회 논란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클럽 측은 올해 대회를 앞두고 관례에 따라 후원사인 IBM의 CEO 버지니아 로메티에게 회원 자격을 줘야 했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

로메티가 끝내 마스터스 외빈 환영식에 회원이 입는 그린재킷을 걸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나자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언론까지 들고 일어나 비난을 퍼부었다.

우여곡절 끝에 여성 입회가 허용됐지만, 금녀의 벽이 허물어진 오거스타의 마스터스 흥행은 불투명해졌다. 여자 마스터스의 오거스타 개최까지 거론되는 등 흥행요소인 신비주의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