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의 MLB 전설 “무너진 명예 회복” 세월의 무게에 도전장

입력 2012-08-21 19:57


“전설은 계속된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대를 호령했던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미국). 지천명인 50세의 나이에 바닥리그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라 ‘세월의 무게’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21일(한국시간) 클레멘스가 독립리그인 애틀랜틱리그의 슈가랜드 스키터스에 입단한다고 전했다.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클레멘스는 이르면 25일 브리지포트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클레멘스의 에이전트는 “시속 81마일(141㎞)의 공을 던질 만큼 몸 상태가 좋다”며 “워밍업 후 시뮬레이션 게임 3이닝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그가 복귀한다면 2007년 45세의 나이에 양키스에서 18경기 6승6패 평균자책점 4.18을 기록한 이후 5년 만이다.

클레멘스가 유니폼을 입는 스키터스는 텍사스주 휴스턴의 서남쪽에 있는 외곽도시 슈가랜드에 있다. 미국 독립리그 중 애틀랜틱리그에 소속돼 있다. 독립리그란 메이저리그, 마이너리그와 연계되지 않은 팀들이 독자적으로 모여 운영하는 리그를 일컫는다. 주로 마이너리그에도 선택받지 못하거나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이 뛴다. 한국의 김병현도 2010년 독립리그인 오렌지카운티 플라이어스에서 뛴 바 있다. 미국 독립리그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2년 현재 미국에는 5개 독립리그에서 50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는 지난해 처음으로 고양원더스가 독립리그로 창단됐다.

1984년 보스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클레멘스는 7차례나 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이영상을 받았고 11차례 올스타에 뽑힌 대투수다. 2007년까지 24시즌을 뛰면서 통산 354승184패와 평균자책점 3.12, 탈삼진 4672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7년 말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약물 파동에 휘말려 오점을 남겼다.

클레멘스는 2008년 하원 청문회에서 금지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옛 개인 트레이너가 스테로이드와 성장호르몬을 12차례 이상 주사했다고 진술해 2010년 위증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올 6월 워싱턴DC 연방법원이 “관련자들의 진술이 명백하지 않고 클레멘스가 고의로 청문회를 방해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클레멘스는 독립리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해 무너진 명예를 회복하려 하고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전 감독이자 스키터스 고문인 탈 스미스는 “클레멘스가 최고의 컨디션이고 야구에 대한 사랑이 아직 가득하다”면서 “클레멘스는 돈 때문이 아니고 기회를 찾기 위해 독립리그에서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