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駐美공사관 102년만에 ‘한국 품으로’

입력 2012-08-21 19:38


대한제국 시절 설치됐던 해외공관 중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던 미국 워싱턴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102년 만에 한국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식탁은 1910년 일제가 강제 매각한 이 건물 매입 협상을 미국인 소유주와 최종 마무리 짓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매입가격은 350만 달러(약 39억6000만원)다. 1877년 빅토리아 양식으로 건립된 지하 1층, 지상 3층의 이 건물(연면적 542.55㎡)은 백악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건물은 1891년 11월 조선왕조가 당시로는 거금인 2만5000달러에 매입해 대한제국 말기까지 주미공사관으로 14년간 사용했다. 당시에는 ‘대조선주차 미국화성돈 공사관(大朝鮮駐箚 美國華盛頓 公使館)’으로 불렸다. 주차는 주재를 뜻하고 화성돈은 워싱턴의 한자표기다. 하지만 1905년 을사늑약 이후 관리권이 일제에 넘어간 데 이어 한일병합 직전인 1910년 6월 단돈 5달러에 강압적으로 소유권이 일제에 귀속됐고, 이후 미국인에게 10달러에 재매각됐다.

앞서 1905년 독립운동가 이승만도 이 공사관을 통해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계 인사들을 만났다. 풍전등화 처지가 된 대한제국이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이 일제를 견제해 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1882년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조선이 청나라 러시아 일본 등 외세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자주외교의 의지를 보여주는 건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물은 재미동포 사회가 1997년 처음 매입을 시도한 이래 2008년부터 우리 정부가 구입에 나섰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문화재청은 “올해부터는 민관협력에 의한 협상전략을 세우고 문화유산국민신탁을 매입 주체로 정한 뒤 현지 부동산전문가 등을 통해 협상을 벌인 것이 주효했다”며 “한·미 수교 130주년이 되는 올해 매입 계약체결에 이르게 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