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후보 공식일정 첫날 ‘참 나쁜 대통령’ 참배

입력 2012-08-21 21:26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21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전격 참배했다. 후보 선출 이후 첫 공식 일정이다. 첨예하게 대립했던 과거 정적(政敵)을 끌어안는 파격 행보에 정치권은 술렁이고 있다.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박 후보의 ‘화해 제스처’가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박 후보는 21일 국립서울현충원과 김해 봉하마을을 잇따라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해 20분간 건강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박 후보는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어서 왔다”며 “제 부모 두 분이 다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국민이 큰 힘이 돼주셨듯 권 여사도 국민들이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 여사는 “후보로 선출된 이튿날 먼 길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22일 오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오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을 계획이다.

두 전직 대통령은 야권의 정신적 지주이자 진보 진영의 구심점이 돼 왔다는 점에서 박 후보가 후보 수락연설에서 강조한 국민대통합 행보의 신호탄인 셈이다. 나아가 과거 불화를 겪었던 역사와의 화해를 도모한 것으로도 관측된다. 박 후보는 2007년 1월 노 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참 나쁜 대통령이다”며 각을 세웠던 적이 있다. 2008년 비자금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일단 박 후보의 행보는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다. 보수의 아이콘인 박 후보가 진보 진영에까지 다가섬으로써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보수층의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 지지층 외연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박 후보의 봉하마을 방문은 표의 확장성과 역사와의 화해라는 대의명분을 동시에 노린 것”이라며 “하지만 올바른 역사인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실체를 알고 있는 40대의 표심을 흔드는 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진정성을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문재인 상임고문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형식적인 방문이 아닌 과거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 화합을 도모하는 진정성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방문 자체는 평가하지만 5·16쿠데타 등 과거사에 대한 반성이 없어 아쉽다”고 했다.

김재중 기자, 김해=유동근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