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채워도 소용없었다… 전과 12범 40대, 주부 성폭행하려다 반항하자 살해

입력 2012-08-21 21:24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를 찬 40대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전자발찌 및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제도의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성범죄자가 전자발찌를 찬 채 여성을 살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21일 성폭행을 시도하다 반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서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씨는 20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중곡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주부 이모(37)씨를 성폭행하려다 거부하자 흉기로 목 부위를 찔러 살해한 혐의다.

서씨는 오전 9시쯤 자신의 집에서 나와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아이들을 유치원 차에 태우려고 집을 나서는 이씨를 발견했다. 이씨의 집 안방에 들어가 숨은 서씨는 돌아온 이씨에게 성폭행을 하려 했다. 반항하는 이씨의 머리와 옆구리 등을 수 십 차례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이 싸우는 소리를 들은 이웃의 신고를 받고 9시40분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씨는 흉기에 찔려 있었다. 이씨는 병원에서 혈관봉합 수술을 받았지만 낮 12시42분쯤 저혈량성 쇼크로 사망했다.

서씨는 2004년 4월 옥탑방에 들어가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7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출소했다. 그는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보호관찰 기간 중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서씨는 성폭행 등 전과 12범이었지만 법원은 서씨가 만기출소할 때 위치추적 외에 다른 제한을 명령하지 않았다. 서씨가 가정집에 들어가 범행하는 동안 그를 제어할 수단은 전혀 없었다. 법무부 보호관찰소도 경찰의 통보를 받고서야 서씨의 범행을 알았다. 성범죄자 알림e서비스에도 그의 신상정보는 등재돼 있지 않아 성범죄자 관리 시스템의 총체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자발찌 제도 시행 후 전자발찌를 부착한 성범죄자들의 재범 건수는 점차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자발찌를 부착한 재범자 수는 2009년 0명, 2010년 3명, 2011년 15명이었으며 올해는 지난 4월 말 기준 5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가 전자발찌를 족쇄처럼 여기는 등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어 극한에 몰렸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성적 충동을 느낀 서씨가 ‘잡히면 다시 감옥에 가면 된다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