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공시정보 사전 유출 금감원·檢, 본격 조사 착수
입력 2012-08-21 19:20
직원이 미공개 공시정보를 사전 유출한 한국거래소에 대해 금융 당국과 사정 당국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 당국은 일단 의혹 규명 차원에서 조사한 뒤 조직적 유출 여부로 조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과 감사를 앞둔 감사원도 공시정보를 사전 유출하고, 이와 관련해 조사받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의 협조를 얻어 직원의 미공개 공시정보 사용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라며 “조직적인 차원인지 여부까지도 조사할 수 있다”고 21일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공시정보가 어떻게 유출되고, 어떤 기관의 매매 조직과 연계돼 있는지 등을 상세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앞서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시장운영팀 차장급 직원 이모(51)씨는 특정 기업의 공시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로 거래소의 자체 조사를 받다 지난 15일 연락이 두절됐고, 사흘 만인 18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는 기업에서 제출받은 공시정보가 내부 결재를 거쳐 일반에 공개되기까지 10여분이 소요되는 점을 악용해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라면 불공정거래 수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이씨가 잠적한 지난 17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고발장에는 거래소가 포착한 이씨의 공시정보 유출 정황이 담겨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고발 내용을 면밀히 확인, 공시정보 사전 유출에 따른 부당이득이 있다고 파악되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감사를 준비 중인 감사원도 공시정보 유출 여부를 감사 주요 착안사항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 관계자는 “검찰과의 중복을 피해야 하지만 필요에 따라 들여다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시스템에 대한 정보접근 권한은 거래소 내부에서도 이미 문제가 있다고 여겼던 부분이다. 거래소 감사위원회는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정보접근 통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지난달 말 유가증권시장본부 종합감사 이후에는 “시스템 사용자 계정의 암호 사용기간을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사용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등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덕적 해이 문제에 봉착한 거래소는 공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직원 수를 대폭 줄일 방침이다. 내부 결재 과정 없이 모든 공시의 85% 가량을 즉각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