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평결 시험’ 앞둔 배심원들… “트레이드 드레스 침해했나”에 答 써야

입력 2012-08-21 19:26


주부·게임팬 등 문외한 9명 제대로 판정할지 걱정되네

애플과 삼성의 운명이 가정주부·사회복지사·전기기사·비디오게임팬 등 9명의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에게 맡겨졌다.

세기의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는 21일(현지시간) 양측 변호인의 최후변론을 끝으로 심리 절차를 마치고 판결을 기다리게 됐다. 남은 것은 캘리포니아 주민 중에서 선임된 9명의 배심원들이 어떤 평결을 내리느냐다. 정보기술 전문지 씨넷은 “특허 법률과 내용에 관한 전문적이고 복잡한 사안인 데다 내용도 방대해 대부분 이 분야의 문외한인 배심원들이 제대로 평결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이런 우려는 삼성과 애플이 각각 제출한 ‘배심원 평결양식’이 공개되면서 더 커지고 있다. 평결양식은 배심원들이 시험문제를 풀듯이 질문에 답을 해가며 애플과 삼성 중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최종 결론을 내리도록 한 문서다. 애플이 제출한 평결양식은 모두 12쪽 분량에 23개의 질문을 담고 있다. 삼성은 19쪽에 33개의 질문을 나열했다.

삼성은 평결양식에서 “의도적으로 애플의 트레이드드레스(trade dress)를 침해했는가” “소비자들이 실제로 삼성과 애플 제품을 착각할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배심원들에게 던지면서 애플의 주장이 실제 소비자의 판단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애플은 트레이드드레스라는 비교적 새로운 특허 개념을 강조했다. 트레이드드레스는 제품의 외형과 빛깔, 전체적인 이미지 등을 지적재산권으로 인정하는 상품 외장 특허다. 또 삼성이 주장하는 기술 특허는 이미 삼성이 지적재산권을 포기(waiver)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담당판사인 루시 고는 최후변론 뒤 양측이 제출한 양식을 종합한 새로운 평결양식을 배심원들에게 나눠준다. 양식을 작성하는 기준이 될 평결 지침만 100쪽에 이른다. 고 판사도 양측 변호인들에게 “나도 이 지침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는데 배심원들은 나보다도 살펴볼 시간이 적다”고 걱정했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애플이 다소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실리콘밸리 일간지 산호세머큐리는 전했다. 스탠퍼드대 법학과 마크 램리 교수는 “애플의 주장엔 전문적인 내용이 적고 어디가 좋은 회사이고 나쁜 회사냐는 판단을 요구해 배심원에겐 좀 더 쉬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배심원 9명은 22일부터 평결지침과 평결양식을 들고 협의에 들어간다. 평결양식의 각 항목은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작성해야 한다.

뉴욕 증시에서는 애플의 주가가 20일 장중 한때 660달러를 넘어서며 시가총액 6230억 달러(약 707조원)를 기록했다. 미 기업 사상 최고액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