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가입 3000만명 시대] 중독·학습장애·카톡 왕따… 폐해도 심각

입력 2012-08-21 21:33

“와! 스마트폰 왔다.”

오후 7시 회사에서 퇴근해 집 현관문에 들어선 영준(6)이 아빠. 아빠가 신발도 벗기 전 영준이 손은 아빠의 호주머니를 향한다. 영준이가 반기는 건 ‘스마트폰의 퇴근’이다. 자기 방으로 쏜살같이 사라진 영준이는 저녁식사를 재촉하는 엄마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 삼매경에 빠진다.

영준이네 저녁 풍경은 스마트폰 3000만 시대가 만든 신풍속도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편리함과 즐거움을 스마트폰 기기 하나에 집약해 담아냈다지만 일상생활의 변화가 바람직스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스마트폰 이용으로 정신건강과 학습 환경을 해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빈도도 높은 상황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만 3∼5세 유아 부모 10명 중 4명이 자신의 아이가 일주일에 3회 이상 스마트폰을 접한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2∼19세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률도 방송통신위원회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5.3%에서 지난해 40%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잦은 사용이 중독 현상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경우 학습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증상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동현 교수는 “스마트폰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재미있다 보니 기기에 대한 개인의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부작용도 생기는 것 같다”면서 “스마트폰과 함께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면 정신적으로도 쉽게 고립될 수 있으므로 관심을 분산시키고 대인관계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중독 등 정신질환의 문제뿐 아니라 더 나아가 생명을 앗아가거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 14일 발생한 여고생 투신자살 사건의 경우 스마트폰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따돌림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 같은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자 카카오톡 등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한 모바일메신저 업체 관계자는 “서비스의 기술적 보완을 통해 ‘왕따’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자체 서비스 운영정책에 따라 이용 제한, 영구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해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가계 재정 부담의 문제도 제기된다. 통신 환경이 지난 1년 새 3세대에서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으로 급속히 발달하면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통신망 이용 비중은 이미 데이터 중심으로 넘어왔다. 그러다 보니 개별요금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데이터 이용 증가와 더불어 각 가정의 통신비 지출도 늘어나는 양상이다.

홍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