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주자 밀착 취재-① 문재인] 자신감 넘치는 화법… ‘文 대세론’ 설파하며 강행군
입력 2012-08-21 19:36
“자신 있죠 뭐. 허허.”
20일 오전 광주광역시청에서 만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의 경쟁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짧게 답했다. 박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오차범위 내로 따라붙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이튿날이었다.
문 고문은 광주·전남 전역을 누볐다. 오전 8시30분 광주에서 목회자들과 조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역 당원 간담회, 여수엑스포 방문 등을 이어가며 순천, 광양, 여수를 샅샅이 훑었다. 빡빡한 일정 탓에 수행차량은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아슬아슬하게 오르내렸다. 오후 4시30분 여수 공항에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 숨 가쁜 하루를 동행했다.
◇“저 말고 누가 있습니까!”=전날 시민 대상으로 선거인단 캠페인을 벌인 문 고문은 이날엔 주로 당원들을 만나 ‘당심’을 공략했다. ‘문재인 대세론’을 강조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다자구도에서는 뒤지지만 양자 가상 구도에서는 드디어 박근혜 후보와 오차범위로 따라잡았습니다. 민주당이 정권교체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힘을 모아주자는 기류가 당 안팎으로 점점 커져 가고 있습니다.”(전남도당 당직자 간담회)
캠프 관계자들은 평소에도 문 고문이 ‘현재 다자구도 지지율을 따지는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전했다.
문 고문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에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정권교체는 민주당 경선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기려면 안 교수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그분을 지지하는 세력을 우리의 지지 세력으로 안고 품어야 합니다. 우리 후보 중 안철수 교수를 뛰어넘고 지지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후보가 저 말고 누가 있습니까?”(순천지역 당원 간담회)
화법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문 고문은 매 연설마다 “제가 갖고 있는 장점들을 말씀드린다”고 하거나 “여러분 동의하십니까?”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며 청중의 박수를 유도했다. 진선미 캠프 대변인은 “문 후보가 ‘내가 적임자’라는 말을 할 때 망설임이 없어졌고 자신감이 생겼다”며 “‘나를 뽑아 달라’ ‘내가 잘할 수 있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이 되겠다”=문 고문의 호남 방문은 사실상 경선 전 마지막 지역방문이다. 문 고문은 출마 선언 이후 어느 지역보다 광주·전남을 자주 찾았다. 영남 후보 필패론, 참여정부 호남 홀대론 등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다.
문 고문은 어느 자리에서나 서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야기로 시작했다. 그는 “김 대통령 서거 3주기 추도식이 있었지만 우리들에게 진정한 의미의 탈상은 정권교체를 이루는 그날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낸 것이 광주·전남이고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들어내는 것도 광주·전남의 몫이다. 제가 감히 김대중, 노무현을 잇는 주역이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도 호남에 대한 애정을 적극 드러냈다. 문 고문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만들어낸 것이 광주·전남의 절대적 지지였다. 그 지지, 그 기대에 비춰보면 참여정부가 여러모로 부족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참여정부의 부족했던 부분까지 훨씬 더 잘하는 것으로 만회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정 수행실장은 “노 전 대통령도 정신적으로 호남 사람이라는 애정이 있었다”며 “문 후보는 나주 혁신도시, 광주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등 참여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여론은 나쁘진 않았다. 순천 간담회에 참석한 이모(75)씨는 “민주당 후보 중에서 월등히 앞선 후보는 없지만 그래도 문 고문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잘 계승하지 않겠나”며 “문 고문과 안철수 원장이 꼭 손을 잡아야 한다. 둘이 힘을 합치면 둘 중 누구로 단일화돼도 새누리당을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에 고무된 문 고문 측은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경선에서 결선 투표 없이 바로 1등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 고문은 21일 지지모임인 ‘담쟁이 포럼’에서 주최한 경제민주화 강연에 참석하며 대세론 확산에 주력했다.
광주=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