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평소 수줍음 많아… 9명의 남매들과 연락 끊고 지내

입력 2012-08-21 21:40

인면수심의 살인범 서모씨는 범행 직전 오전 2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서울 면목동 자택에서 음란 사진을 보며 성적 충동을 느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서씨의 컴퓨터에서는 다량의 음란 동영상과 사진이 발견됐다.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오전 7시쯤 집을 나선 서씨는 가불을 받기 위해 서울 보문동 직장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후 과도와 청테이프, 마스크 등 범행도구를 챙겨 동네를 배회하면서 범행대상을 찾았다. 피해자의 집은 서씨의 집과 불과 1㎞ 거리였다.

그가 동네를 배회하는 동안 이웃들은 아무도 그를 성범죄자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이웃들은 서씨를 “조용하고 착실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가 지난해 11월 출소한 뒤 5개월 동안 머물렀던 담안 선교회의 임모(57) 목사는 “서씨는 조용했고 예배에도 열심히 참여했다”며 “좀 더 함께 지내면서 재범하지 않도록 도왔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씨의 집 주인 A씨(60·여)는 “서씨는 평소 사람들과 눈도 마주지 못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술을 자주 마셨다. A씨는 “술을 마시면 전화를 걸어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기억도 하지 못했다”며 “통조림 참치와 김치를 안주 삼아 소주 3병을 마시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빠듯한 형편이지만 월급 중 30만원을 미리 받아 술을 마시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다.

집주인을 제외하고 주변에 서씨를 아는 이웃은 없었다. 이웃 손모(55·여)씨는 “전자발찌를 차고 다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살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과 왕래도 없었다. 10대 후반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리며 16년간 교도소 생활을 한 탓에 서씨는 아버지를 포함해 9명의 남매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냈다. 그는 한 지인에게 “광주에 형이 있고 형제가 많은데 아무도 도움이 안 된다. 가족은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씨는 경찰에서 “전자발찌를 달고서는 어디 가서 어울릴 수도 없고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낙인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씨는 교통사고를 내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더욱 힘들어졌고, 자포자기 심정이 된 것 같다”며 “피해자 이씨가 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울더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보호관찰소는 지난해 11월 9일부터 최근까지 약 10개월간 서씨와 52차례 면담을 했으며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8일에도 서씨가 일하던 여의도동에서 면담했다. 하지만 담당 보호관찰관은 별 다른 이상 징후를 찾지 못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