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안철수 강한 리더십 정치고수·참신한 이미지 CEO형 ‘용호상박’

입력 2012-08-21 19:00


1952년 2월 2일생 용띠 박근혜. 1962년 2월 26일생 호랑이띠 안철수. ‘2012년 용호상박(龍虎相搏)’은 그렇게 60년, 50년 전부터 태동한 게 아니었을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공식 대선후보로 확정되면서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빅매치 가능성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이 대선가도에서 만나게 된다면, 공통점에 대한 우위 대결보다 차이점에 있어 국민들의 선호도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두 사람은 국민적 인기가 높은 걸 빼고는 지독히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왔다. 박 후보는 아홉 살 때부터 청와대에서 대통령 영애의 삶을 살았다. 20대 중반부터 5년간은 퍼스트레이디 역할도 했다. 스물 몇 살에 퍼스트레이디를 대리했다고 뭐 그리 대단한 경험을 쌓았겠냐는 평가절하도 있지만, 이 기간의 ‘지도자 수업’과 정상외교를 보조한 경험이 어떻게든 국정에 도움이 되리란 긍정적 평가도 있다. 박 후보는 98년 4월 대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현재까지 15년간 국회의원과 당 대표 등을 지내왔다.

반면 안 원장의 정치적 경험은 제로(0)나 다름없다. 그 자신도 최근 펴낸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정치 경험이 없어서 나쁜 경험이 적다는 건 다행”이라고 했다. 기업을 경영하느라 주로 어울려 다닌 사람도 경제인이 많다. 4년 전 유학을 다녀와 교수를 하면서 학계와 행정부 사람들을 만났고, 유명세를 탄 뒤로 시민사회 사람들과도 교류했다. 안 원장 역시 외교나 통일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지만 “벼락치기 과외수업을 받은 흔적이 있다”거나 아직은 초보적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는 대구, 안 원장은 부산으로 둘 다 영남 출신이지만 지지기반은 천양지차다. 박 후보는 영남권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주로 50대 이상 장년층과 보수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반면 안 원장은 수도권과 호남, 20∼40대 연령층에서 두드러지게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중도층과 진보층 등 지지세력 스펙트럼으로는 안 원장이 훨씬 더 넓은 기반을 갖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중진 의원은 21일 “영남 출신인 안 원장이 호남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들보다 하늘과 땅 차이만큼 지지율이 높게 나오니 환장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박 후보의 인기가 거의 대부분 투표 행위로 이어질 충성도 높은 지지로 여겨지는 데 반해, 안 원장 지지율은 ‘단순 인기’인지 아니면 실제 표로 나타날 인기인지 아직 더 두고 봐야 한다.

두 사람의 장단점은 서로에게 거꾸로 단점이 되거나 장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박 후보는 일관성 있는 강한 리더십과 안정적 이미지에 위기를 극복한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반면, 자주 독선적으로 비쳐 타협이나 절충이 어려울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또 과거의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 가슴 속에 응어리가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안 원장은 질질 끌며 오래 고민하는 스타일이고, 사람 좋아 보이는 모습은 호감이 가지만 지도자로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안 원장 측 인사는 “안 원장은 뭘 지시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 많이 듣고 오래 고민해 신중하게 판단하는 편이고 그렇게 해서 성공해오지 않았느냐”고 설명했다. 그의 성공한 기업인 이미지와 이타적 삶은 박 후보와는 크게 대비되는 덕목이고, 이 부분이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끌어내는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다만 현재 성취된 민주주의 발전에 일익을 하거나 사회 참여 측면에서 기여한 게 적다는 비판도 들린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