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한국 기업… 지구촌 곳곳 견제 1순위?

입력 2012-08-21 22:13


최근 세계 각국의 ‘한국기업 때리기’가 심상치 않다.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면서 각국이 앞 다퉈 자국 기업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보호주의 장벽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삼성SDI와 LG화학 등 2차전지 생산업체 4개사를 대상으로 소형 전지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형 2차전지는 휴대전화나 노트북, 태블릿PC 등에 들어가는 부품으로, 함께 조사대상에 오른 업체는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이다. 이들 4개 회사는 전 세계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2차전지 시장의 ‘톱 4’로, 업계에서는 미 법무부의 이번 조사가 무혐의 가능성이 큰 ‘무리수’라고 보고 있다.

에너원과 A123시스템 등 미국 업체들이 한국과 일본 업체들에 기술과 가격경쟁력 모두에서 밀려 도산하거나 외국에 매각되는 상황이다 보니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혐의가 적발되지 않더라도 조사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현지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의 자국 업체 편들기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벌어진 무역 분쟁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달 초 프랑스 정부가 유럽연합(EU)에 한국산 자동차 수입제한 조치 검토를 요청해 파장이 일었고, 지난 7월 말 미국 상무부가 자국 업체인 월풀의 제소로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전자업체 3곳의 세탁기에 대해 덤핑 예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같은 달 브라질 정부가 한국타이어 등 한국기업 3곳의 타이어에 대해 덤핑 조사를 벌였으며, 이에 앞서 미 상무부는 효성과 현대중공업이 변압기를 덤핑 수출하고 있다고 최종 판정했다.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에 따르면 한국 기업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세이프가드 등 다른 나라의 수입규제 조치는 지난 3일 기준으로 총 122건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이미 지난해 전체의 117건을 넘어선 것이고, 최근 5년간의 평균인 119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외교부 수입규제대책반은 연말에는 사상 처음으로 130건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 타깃이 되고 있는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등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화학과 철강, 전자, 자동차 등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선전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어느 정도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이 추세가 기존의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외에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신흥국에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기업에 대해 각국 정부가 취하고 있는 수입규제조치는 지난 3일 기준으로 인도 24건, 중국 18건, 터키 11건에 달한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김경훈 선임연구원은 “신흥국의 경우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경제 저성장의 대책으로 보호주의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보호주의 완화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