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 중도 하차… 민주 경선판 미묘한 파장
입력 2012-08-21 18:57
박준영 전남지사가 21일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를 사퇴하면서 경선 판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30일 컷오프(예비경선)로 본선행이 확정된 후보 5명 중 중도 하차는 박 지사가 처음이다.
박 지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순간부터 경선 후보 활동을 중단한다”며 “당원의 한 사람으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물음에 “모두가 훌륭한 분이다. 좋은 후보가 국민의 지지를 받기를 기대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중도 하차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경선 후보로서 지지율이 낮은 점, 도정의 장기 공백에 따른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경선에 참여하다 보니 “정해진 휴가를 다 써도 경선 일정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는 “민의를 대변하자는 경선이 조직 동원 선거로 흘러가고 있다. 깨끗한, 돈 안 드는 선거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호남 후보는 안 된다는데 왜 그러냐”는 질문을 받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박 지사의 사퇴로 광주·전남은 사실상 무주공산이 됐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상임고문이 박 지사의 표를 흡수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광주·전남의 마음을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그가 향후 특정 후보를 측면 지원할 경우 25일 시작되는 경선레이스에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 지사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후보들의 러브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지사의 사퇴 가능성을 감지한 각 캠프에서는 이미 지난 주말을 전후로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당 안팎에서는 박 지사가 경선기간 중 친노무현계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문 고문을 제외한 다른 후보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지사의 지지율이 낮았기 때문에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이해찬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후보 중 유력한 분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4∼5% 포인트로 줄었다”며 “(다음달 말) 민주당 경선이 끝나면 박 후보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결선투표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 경선은 (특정 후보 득표율이 50%를) 넘어도 크게 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고, 안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