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환자 중복투약 60% 줄었다
입력 2012-08-21 18:59
불면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의료급여 환자 A씨(46·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2010년 3∼8월 의료기관 8곳에서 1032일, 무려 34개월치 약을 처방받았다. 이 중 최면진정제 한 가지만 총 444일치나 됐다. 역시 의료급여 대상자인 고혈압 환자 B씨(66·강원)는 6개월간 4개의 의료기관에서 550일치의 고혈압 약을, 당뇨병 환자 C씨(46·충남)는 당뇨병 약 313일치를 처방받았다. 이들 모두 ‘의약품 중복투약자’로 적발돼 의료급여관리사의 연락을 받았다. 의료급여관리사란 자기부담금을 내지 않는 저소득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관리를 돕는 간호사를 가리킨다.
의료급여관리사로부터 약물중독에 대한 경고를 들은 이후 A씨의 병원 방문일수는 48일에서 10일로 크게 줄었다. 처방약의 양도 1032일에서 84일로, 약국진료비는 81만원에서 5만원으로 급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년 ‘의료급여기관 간 동일성분 의약품 중복투약 관리’ 제도가 도입된 뒤 지난해 8월 말까지 6개월 간격으로 중복투약 현황을 조사한 결과 1차(2010년 3∼8월) 기간에 933명이었던 중복투약자 수가 3차(2011년 3∼8월)에 385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중복투약자의 1인당 진료비도 1차 335만5000원에서 3차 307만2000원으로 줄었다. 중복투약 관리제도가 약물 오·남용을 줄인 것이다.
중복투약자는 환자가 2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같은 질병에 대해 같은 성분의 의약품을 6개월 내 215일 이상 처방·조제받은 경우를 말한다. 중복투약자로 2차례 이상 확인되면 3개월 동안 의료급여가 제한된다. 중복투약자의 상당수는 고혈압(26.8%), 당뇨병(19.5%), 수면장애(4.5%) 같은 만성질환자들이었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김성옥 연구위원은 “저소득 만성질환자들은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적은 데다 운동, 식이요법 같은 생활관리를 잘 못해 약 의존도가 높다”며 “자문약사제 등을 통해 수급자의 건강을 평소에 관리하면 의료급여 낭비를 줄이고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