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은신 어산지 ‘컴퓨터만 있으면 행복’… 면회객이 전하는 칩거생활
입력 2012-08-22 00:19
“그는 컴퓨터만 있으면 행복하다.”
영국 런던의 나이츠브리지 지역 내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생활 중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의 현재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다. 그는 지난 6월 19일 이후 두 달 넘게 망명객 신분으로 대사관 내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산지가 지난해 영국에서 가택연금을 받았을 때 거처를 제공한 보언 스미스는 지난주 대사관에서 어산지를 면회하고 나온 뒤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산지의 생활이 확실히 감방보다는 나쁘지 않다”면서 “그 이유는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그래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은 어산지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라고 전했다.
컴퓨터만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지지자 등 손님의 방문도 받고 있으며, 위키리크스의 후원금 결제를 차단한 비자, 마스터카드 등 카드 회사들과의 송사까지도 처리하고 있다. 게다가 전자레인지로 요리도 해먹고, 건강을 위해 스미스가 구입해준 러닝머신에서 땀을 빼며, 시원하게 샤워까지 하곤 한다.
스미스는 어산지가 생활하는 공간에 책장을 가운데 두고 사무실과 침실로 나눠 사용하고 있으며, 생각보다 아주 단정하고 깨끗하게 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어산지는 외부와 전화 통화도 하고 있으나 도청 우려 때문에 깊은 얘기는 하지 못한다고 한다.
위키리크스 대변인인 크리스틴 흐라픈손은 어산지가 햇볕이 드는 방에서 지내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어나니머스는 어산지가 대사관 밖으로 나올 경우 즉시 체포 방침을 밝힌 영국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이날 영국 정부기관 웹사이트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했다. 외신들은 이들이 총리실과 법무부의 웹사이트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감행, 한때 마비시켰다고 전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어산지 체포를 위해 자국 대사관 진입 가능성을 밝힌 영국 외무부의 서한에 대해 자국 대사관의 치외법권을 강조하며 영국 정부에 경고의 뜻을 전했다고 2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