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게 안정 메시지” 축제가 된 美 전당대회… 미 대선레이스 본격 스타트
입력 2012-08-21 22:11
오는 11월 6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갈 정·부통령 후보를 공식 확정하는 각 정당의 전당대회가 임박했다. 공화당은 27∼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민주당은 9월 3∼6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대회를 연다. 전당대회는 대통령 선거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는 의미도 있다. 각 정당이 4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약속인 정강(政綱)도 이 기간 확정된다.
◇축제로 치러진다지만…=요즘 미국의 전당대회는 과거와 같은 긴박감과 ‘의미’가 크게 퇴색한 게 사실이다. 각 정파 간 막후교섭과 거래를 통해 정·부통령 후보가 실제로 대회 기간 결정되던 시스템은 옛말이 됐다. 최소한 수주 전에 결정된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를 추인하는 정치 이벤트, 당원들의 축제장으로 바뀌었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공화당 밋 롬니 대통령 후보가 이미 2주 전 폴 라이언 하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했다.
미국 전당대회 역사에서 전환점은 민주당의 1968년 시카고 대회였다. 당시 허버트 험프리는 예비선거에서 단 한 차례 승리했을 뿐이지만 린든 존슨 대통령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하지만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정파와 청년 당원들은 이에 격렬히 항의했고 전당대회장 바깥에서 진압 경찰과 충돌했다. TV와 신문들이 시카고 전당대회장의 혼란을 대서특필했고 이는 연말 대선에서 공화당 리처드 닉슨 후보의 낙승으로 이어졌다.
이후 각 당의 최우선 원칙은 68년 민주당 전당대회의 전철을 피하는 게 됐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자신들의 정당이 얼마나 일치단결돼 있으며, 나라를 맡겨도 될 만큼 안정적인지 부각시키는 게 전당대회 조직자의 최대 의무가 됐다. 하지만 전당대회가 대중매체를 의식해 한 치의 불협화음과 스캔들도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히 연출된 드라마로 전락했다는 혹평도 있다.
미시간대와 스탠퍼드대의 ‘미국 선거 연구’ 공동조사에 따르면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유권자의 14%가 전당대회를 보고 후보자를 결정했다. 의미가 퇴색하긴 했지만 여전히 전당대회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전당대회 스타’는 누가 되나=이미 양 당의 전당대회 ‘출전자’ 진용은 거의 채워졌다. 공화당의 경우 ‘직설 화법’으로 유명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기조연설자로, 마르크 루비오 상원의원이 롬니 후보를 소개하는 연사로 선정됐다. 2008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등도 연설자로 나선다.
민주당은 기조연설자로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시장인 훌리안 카스트로를 선택했다. 카스트로는 38세의 히스패닉으로 ‘히스패닉의 오바마’로 불린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직접 참석해 연설하며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화상연설을 할 예정이다.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후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 등이 연사 명단에 올라 있다.
나흘간 일정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대통령 후보지명자의 수락연설일 것이다. 하지만 역대 전당대회를 보면 예상치 않은 인물의 연설이 유권자의 심금을 울리고 정치 행로를 바꾼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자였던 버락 오바마 당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과 2008년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다.
마틴 코헨 제임스매디슨대 교수는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최근 네거티브 선거전 양상을 볼 때 양 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상대 후보의 약점과 결함을 공격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가장 주목해야 할 연사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을 꼽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