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서현정씨가 추천하는 하프(半) D.I.Y “주부 발품에 전문가 손품, 만족도 200%죠”
입력 2012-08-21 18:34
경제가 어려워지자 알뜰 소비심리와 D.I.Y 문화가 확산되면서 백화점 매장에 재봉틀이 다시 등장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백화점은 최근 D.I.Y 멀티 전문숍 ‘부라더 소잉팩토리’를 오픈했다. 9월 15일까지 매주 목·금·토요일 펼치는 D.I.Y. 무료 강습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DIY, 아무나 하나요? 손재주가 있아야죠!” 이렇게 볼멘소리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터. 뭐든 필요한 것은 만들어 쓴다는 서현정(42·서울 동부이촌동)씨는 “솜씨가 좋지 않다면 재주 있는 손을 빌리는 ‘하프(半) DIY’에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필요한 것을 디자인한 뒤 재료를 직접 사서 전문가에게 맡겨 만드는 것이지요. 이렇게 하면 완성품을 구입하는 것의 반값도 채 들지 않습니다.”
‘하프 DIY’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6일 서씨를 카페처럼 꾸민 그의 집 거실에서 만났다. 그는 올여름 그 지독한 열대야를 비교적 상큼하게 보낼 수 있게 해준 이불을 보여 줬다. 체크와 줄무늬 양면으로 된 거즈 면 소재 이불로, 2500원짜리 원단 2마에 공임 3000원까지 8000원밖에 들지 않았단다. 서씨는 “마음에 딱 맞는 소재와 패턴의 원단을 온라인 원단 숍에서 구입한 뒤 동네세탁소에서 바느질을 해왔다”고 했다. 가을 이불은 좀더 도톰한 면을 구입해 지퍼를 달아 만들 계획이라고. 이렇게 만들면 솜을 넣어 겨울까지 쓸 수 있는 이불이 된단다.
서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인테리어도 ‘하프 DIY’로 한 덕분에 전문업체에 맡긴 것에 비해 비용은 절반, 만족은 200%라고 자랑했다. 지난해 여름 30년이나 된 아파트를 전세로 얻게 된 그는 홈 스위트 홈 만들기에 나섰다.
“어떻게 어디를 고칠 것인지 계획을 세운 다음 손품 발품을 팔아 좋은 재료를 싸게 직접 구입해 시공만 전문가의 손을 빌렸습니다”.
꼼꼼한 서씨는 고치기 전 사진과 그 과정과 비용 등을 정리해 집들이 때 공개했다. 집을 고쳐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실제 든 비용을 듣고는 모두 절반도 채 안 들었다고 놀라더란다.
서씨가 이 집을 고칠 때 1순위로 꼽은 것이 도배와 페인트칠, 조명과 주방가구 교체였다.
“32평형(105㎡) 아파트의 거실과 안방은 포인트 벽지까지 포함해 실크 벽지로 하고, 나머지 방 2개는 고급 합지로 했어요. 80만원 들었다면 모두 놀래죠.”
벽지는 서울 주교동 방산시장에서 35만원에 구입했고, 시공하는 데 45만원이 들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긴 하지만 서씨는 “도배팀은 일당이 조금 높더라도 손 빠른 경험자를 써야 보기 좋게 잘 된다”고 귀띔했다. 조명은 을지로 4가 조명도매상가에서 구입하고, 주방싱크대, 세면대와 변기는 온라인쇼핑몰에서 구입한 뒤 전문가에게 맡겨 시공했다. 서씨는 “시공팀은 재료를 구입할 때 2,3팀을 추천받아 견적을 받아본 다음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거실과 방바닥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 내구성이 강한 데코 타일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해 직접 시공했다고.
“문 손잡이까지 바꿨어요. 온라인숍에서 구입한 다음 동네 철물점 아저씨께 마무리 작업을 할 때 교체를 부탁했죠.”
서씨는 특별한 전문기술은 필요 없지만 주부가 하기 힘든 일들은 모았다가 집수리가 끝날 즈음 동네 철물점 등에서 일손을 빌리면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고 했다.
“집을 다 고치고 나니 결혼 때 혼수로 마련한 장롱과 서랍장이 문제가 되더군요. 집안 분위기와 너무 안 어울리는 거예요.”
새로 장만하자니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그대로 놔두자니 눈엣가시였다. 서씨는 붉은 기가 도는 마호가니 장롱과 서랍장을 검정색으로 바꾸기로 하고, 리폼전문가에게 의뢰했다. 결과는 집안 분위기에 제짝처럼 잘 맞는 멋진 장롱으로 탈바꿈했다. 든 비용은 35만원. 장롱과 서랍장을 바꿨다면 3,4배는 넘게 들었을 것이란다.
“주방가구 교체비용이 180만원으로 제일 많이 들었고, 그 다음이 붙박이장으로 130만원이 들었어요. 이것도 온라인 홈쇼핑에서 구입해 품질에 비해 값은 싼 편이죠.”
서씨는 따라서 “실제로 집수리에 든 비용은 335만원으로,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낡은 집을 가족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집들이 날 2000만원쯤 들었겠다고 한 손님도 있었다”고 자랑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