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착한 부산장신대, 4년제 사립대로는 첫 ‘반값 등록금’

입력 2012-08-21 21:12


가난한 학생들을 넉넉하게 품기 위해 반값등록금 시행을 결단한 지방의 작은 신학대학교가 있다. 경남 김해시에 있는 부산장신대는 2013학년도 신입생부터 등록금을 절반만 받기로 했다. 반값등록금은 서울시립대가 올해부터 시작했지만 4년제 사립대로는 부산장신대가 처음이다.

부산장신대는 내년 신입생 77명에게 입학금 60만원 외에 등록금은 310만원 가운데 절반만 부과하고 기숙사도 무료로 제공키로 했다. 신입생들은 4년간 반값등록금과 기숙사 무료 혜택을 누리는 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의 경우 110만∼250만원에 달하는 기존 국가장학금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의 경우 등록금을 내고도 돈이 남아 생활비로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

부산장신대 최무열 총장은 2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반값등록금 시행 동기에 대해 “지방을 다녀보면 미자립교회 목회자나 선교사 자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우리가 이들을 품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반값등록금 시행에 앞서 재학생 어학연수 프로그램도 올 겨울방학부터 무상으로 실시키로 했다. 필리핀의 영어교육기관에서 2개월간 공부하는 과정이다.

반값등록금과 무료 기숙사, 무료 어학연수를 시행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부산장신대의 경우 재학생(대학원 포함)이 600여명 정도여서 상대적으로 적은 재원으로도 파격적인 지원이 가능했다. 최 총장은 “규모가 커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소수정예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한 학교 발전기금 모금 노력이 큰 열매를 맺으면서 반값등록금 실현이 가능해졌다.

최 총장은 “500개 교회로부터 월 10만원씩, 성도 5000명으로부터 월 1만원씩 후원받아 50억원을 모금한다는 5·5·5 비전운동을 지난해부터 벌였는데 내년 반값등록금 관련 재정을 다 커버할 만큼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재 교회 206곳과 성도 2938명의 기부로 4억6400여만원이 모금됐다. 내년 신입생 학비와 기숙사비, 연수비용으로 소요될 3억∼4억원을 충당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학교는 개인 단위 후원자 목표를 5000명에서 1만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기부자를 1대 1로 연결해주는 BAB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기업인 등 기부자가 ‘믿음의 양부모’가 돼서 결연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반값등록금을 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부터 시작했는데 벌써 9명의 기부자가 참여 신청을 했다.

최 총장은 “반값등록금에 대해 다른 학교에선 ‘거짓말 아니냐’며 믿지 못하는데 총장부터 부지런히 뛰어다니니까 되더라”면서 “발전기금 확보 노력을 계속한다면 재학생 모두가 등록금 없이 다니는 학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장신대가 먼저 반값등록금의 길을 열었으니 이제 국회와 정부가 화답해야 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부산장신대는 다음 달 6일부터 11일까지 신학과, 특수교육과, 사회복지상담학과 등 3개 학과에 대해 신입생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한다. 수시모집을 통해 입학정원의 85% 이상을 선발할 계획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