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100년전 복음전해준 러시아정교회 다시보기

입력 2012-08-21 18:10


러시아정교회 한국선교이야기/디오니시 파즈드냐에프 엮음 이요한·이정권 옮김/홍성사

내가 러시아정교회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3년 러시아 선교사로 파송돼 모스크바에 들어갔을 때였다. 당시 나는 충격을 받았다. 당황했다. 러시아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선교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정교회 성당과 수도원이 있었다. 그런데 정교회에 대해서 아무런 지식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정교회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세계기독교를 3대 그룹으로 나누어 보자면 로마가톨릭교회, 개신교회, 정교회이다. 정교회는 정통교회의 약어이다. 정통(Orthodox)이란, 325년부터 787년까지 7회에 걸친 기독교 총회의 결정문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오리지널 그대로 지키는 것을 말한다. 정교회는 흔히 ‘동방정교회’ 또는 ‘희랍정교회’라고도 불린다. 동방정교회(로마가톨릭교회는 서방교회)라고 하는 이유는 정교회가 주로 이탈리아 로마를 중심으로 동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랍정교회(로마가톨릭교회는 라틴교회)라고도 부르는 이유는 미사, 교리, 예전의 언어가 희랍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교회의 부분 집합으로 그리스정교회, 핀란드정교회, 미국정교회, 러시아정교회 등이 존재한다.

러시아정교회는 천년의 전통을 지닌 기독교이다. 18세기 표트르 대제 이후 러시아는 제국의 체제를 갖추고 영토를 확장해 19세기에는 국력과 영토가 최고조에 달했다. 당시 국가종교였던 러시아정교회는 제국의 확장에 발맞춰 선교의 지평을 넓혀나갔다. 이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정교회의 선교가 두 곳에서 이뤄진다. 한 곳은 러시아 땅 연해주·아무르주·자바이칼주에서 임시로 거주하던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다른 한 곳은 한국 땅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함경도에서였다.

러시아 땅에 학교와 정착촌을 세우고, 미사를 집례하고, 영세를 베풀고, 선교 문서를 발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1925년에는 8000여명의 한국인에게 영세를 줄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1900년 2월부터 선교활동을 전개해 25년 후에는 600여명에게 영세를 주었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준다. 그동안 한국에서 활동한 서양 선교사들이라고 하면 주로 개신교와 천주교 선교사만 생각했다. 그들 가운데 러시아정교회 선교사도 있었다는 사실과 두만강 너머 연해주에 살던 수많은 한국인이 러시아정교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우리 한국 기독교인의 역사 이해를 새롭게 넓혀 나가는 계기가 된다.

그동안 선교역사를 비롯한 세계기독교 역사를 주로 로마가톨릭교회와 프로테스탄트교회와의 관계성 속에서만 이해해온 우리에게 이후로는 동방정교회를 포함한 삼자 구도 속에서 이해할 것을 요청한다.

이 책은 50년 동안(1875∼1925) 러시아정교회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선교한 역사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러시아정교회는 2000년 2월 한국선교 100주년을 기념, 그동안 러시아정교회 신부들이 한국선교와 관련하여 기록한 글 6편을 모아 모스크바에서 책을 출간했다. 놀라운 것은 1991년 구소련이 붕괴되고 러시아가 개방된 이듬해 러시아인을 선교하기 위하여 모스크바에 들어가서 20년째 활동하고 있는 힌국인 선교사 부자(父子)가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했다는 사실이다. 선교와 선교역사 이해에 있어서 한국교회의 놀라운 변화를 실감케 하는 사건들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남정우 교수 (장신대 선교학과)